자동차의 성능 못지않게 디자인 혁신을 중시해 온 BMW가 1989년 이후 생산을 중단했던 6시리즈를 부활시키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세단의 안락함과 스포츠카의 역동성의 조화, 넉넉한 뒷좌석 공간 등을 확보하면서 동시에 스포츠카의 날렵한 차체 라인도 유지하겠다는 것.BMW가 아시아 및 동부유럽 지역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본사가 있는 독일 뮌헨에 초청해 개최한 시승행사에서 만난 'BMW 645 컨버터블'(사진)의 첫인상은 일단 BMW의 도전이 성공적이라는 것이었다. 4인승 컨버터블이지만 지붕선은 날렵한 쿠페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으며, 5m에 육박하는 차 길이에도 전혀 둔해 보이지 않았다.
인테리어는 7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게 호화롭다. 뒷좌석도 장시간 여행에도 불편이 없을 정도다. 다만 두툼한 운전대와 스포츠카 형식의 앞좌석이 이 차가 스포츠카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도로 주변에는 하얗게 눈이 덮여있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배기음을 듣기 위해 과감하게 지붕을 걷었다. 낮은 톤의 엔진음은 포르쉐 보다는 할리 데이비슨과 유사하다. 굴곡이 심한 2차선 시골길을 시속 100㎞ 이상으로 질주하지만 코너링 부담이 전혀 없다. 특히 신형 5시리즈부터 적용된 지능형 스티어링 시스템을 채택해 운전대를 반회전 이상 돌릴 일이 거의 없다. 너무 코너링이 깔끔해 다소 기계적 느낌을 주는 5나 7시리즈와 달리 코너링 때 바퀴 마찰음이 들려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독일의 속도 무제한 고속도로 아우토반에 올라섰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니, 속도계가 거침없이 오른쪽으로 돌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시속 200㎞가 넘어섰지만 엔진음은 조금도 거칠어지지 않는다. 차량자체 제한 속도인 250㎞까지 가속페달을 떼지 않아도 긴장감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운전대를 내주고 보조석에 앉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가벼운 멀미 증상이 느껴진다. 역동적 주행안정조절장치(DSC)와 구동력 조절장치(DTC) 등 첨단장치로 주행 안정성과 안락함을 보강했지만, 굴곡길을 거칠게 운전할 때 발생하는 관성이라는 물리법칙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모양이다. 이 점이 6시리즈가 헤쳐 나가야 할 남은 도전과제로 보인다. 하지만 그 도전은 공학 차원이 아니라, 마케팅 차원의 문제다. 1억원이 넘는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는 고객이 스포츠카와 세단 사이에 위치한 6시리즈를 구매할 것인가, 아니면 세단과 스포츠카 2대를 구매할 것인가. 4,400㎤ V8 엔진을 탑재했으며, 올 하반기 국내 판매 예정이며 가격은 미정이다.
/뮌헨=정영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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