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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앳의 DVD세상]전쟁영화에서 광기·인간애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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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앳의 DVD세상]전쟁영화에서 광기·인간애를 만나다

입력
200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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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2차 세계 대전의 비극적인 역사와 오스카 쉰들러라는 한 영웅을 발굴해 제작한 영화 '쉰들러 리스트'. 3시간이 넘는 상영시간에 흑백으로 촬영한 필름은 마치 당시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충격과 감동이 가득하다. 1993년 개봉됐던 이 영화가 11년만에 특별판 DVD로 4월 1일 처음 출시될 예정이다.스필버그에게는 아카데미 7개 부분 수상이라는 영예를 안겨준 이 영화의 DVD를 우연히 먼저 볼 기회가 생겨 다시 감상하게 되었다. 특별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흑백 영상은 디지털 복원 작업을 거쳐 마치 필름을 막 현상한 것처럼 잡티 하나 없이 투명하고 인물들의 얼굴 윤곽이 뚜렷하게 보이는 짙은 명암이 인상적이다. 전쟁의 참혹한 이면과 때로는 사람을 악하게, 때로는 선하게 만드는 특유의 화학 작용이 깊은 사색과 감동을 자아낸다. DTS 5.1채널 음향으로 들려오는 바이올린의 가녀린 선율도 지난 세월을 의심할 만큼 생생하게 다가온다.

흥미로운 점은 특별판 DVD라면 대부분 감독 코멘터리나 배우 인터뷰, 스토리보드, 메이킹 다큐멘터리 등을 주로 많이 담는 편인데 이 작품에는 이런 부록이 하나도 없다. 스필버그가 원래 DVD 코멘터리를 하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흔한 인터뷰나 특수효과 해설, 제작과정 조차 전혀 없다는 점이 DVD 마니아들에게는 당혹스럽기 마련.

그렇지만 70여분이 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나면 이해가 된다. 스필버그가 다큐멘터리 도입부에서 밝혔듯이 쉰들러 리스트란 영화는 실제 역사이며 아직도 당시 전쟁의 비극을 몸소 겪은 이들이 살아 있다. 더 늦기 전에 이들의 생생한 증언들을 담아 보여주는 것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특별한 선물인 셈이다.

필자와 같은 전후 세대들에게 DVD는 전쟁의 현실과 비극,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살아있는 교과서다. 단연 이 DVD를 추천하는 동시에 스필버그가 톰 행크스와 함께 TV시리즈로 제작해 DVD로 선보인 '밴드 오브 브라더스'도 권한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참가했던 이지중대의 이야기를 생생한 드라마와 함께 아직 생존한 중대원들의 영상 증언을 들어볼 수 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다룬 '진주만 디렉터스컷'과 미국의 베트남 전쟁을 다룬 '위워 솔저스', 1993년 소말라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된 미군을 구하기 위해 벌어진 전투를 그려낸 '블랙 호크 다운 수퍼비트 디럭스 에디션' 등 DVD는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전쟁이라는 진실에 보다 더 다가가게 해준다. 특히 '위워 솔저스'의 '역사 바로 보기(Get It Right!)'를 꼭 감상하시길. 인간의 악한 이면이 드러나고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세상이 계속 되기를 기원해본다.

/DVD칼럼니스트

kim@journa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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