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이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 낙점될 것으로 전해진 4일 우리금융 주가는 4.11%(350원) 올랐다. 8일까지 사흘연속 상승세. 주가의 오르내림이 어지러웠던 다른 시중은행들과는 달리, 우리금융은 '황영기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한 증권사는 "그의 참신성과 개혁성이 호재로 작용한다"며 우리금융 주식의 매수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를 현재보다 2,000원 가량 높은 1만1,100원으로 제시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제 국내은행도 CEO의 면면이 회사가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은행권에도 '스타 CEO' 시대가 개막됐다. 삼성증권을 업계 최고로 정착시킨 황 회장후보의 등장으로 은행 CEO들은 사실상 '시장의 스타'들로 포진하게 됐다. 외환위기이후 은행권 최고스타로 부상한 김정태 국민은행장, 14년간 행장 3연임-지주사 회장연임의 대기록을 세운 라응찬 신한지주회장, 충청·보람·서울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며 각종 CEO상을 휩쓴 김승유 하나은행장, 그리고 씨티은행장 승계가 유력시되는 하영구 한미은행장 등이 그들이다.
'빅4(국민 신한 우리 하나)+1(씨티)'으로 전개될 향후 은행권 대결에서 이 스타 CEO들의 생존 전략과 최종 승패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탈(脫)은행화
스타 CEO들에게서 발견되는 가장 큰 특징은 비(非)은행 경력. 김정태 행장은 동원증권 사장, 황영기 회장후보는 은행 보험 경력외에 삼성투신·증권사장을 지냈다. 김승유 행장은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서 오랜 금융 커리어를 쌓았다. 정통 뱅커 출신으로 꼽히는 라응찬 회장도 과거 제일투자금융 임원을 지냈다.
한 은행관계자는 "환란이전 조흥 상업 한일 등 대형 시중 은행들이 금융권을 장악했던 시절엔 제2금융권 출신은 종종 홀대도 받았지만 이젠 거꾸로 됐다"고 말했다. 금융의 칸막이가 사라지고 자본시장 비중이 커지는 현 금융시장 환경에선 오히려 비은행 경력이 CEO의 중요조건으로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다.
경쟁포인트
향후 은행권 경쟁의 초점을 CEO로 맞춰볼 때 노장과 소장, 국내파와 국제파의 대결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60대의 라응찬(67) 회장과 김승유(61) 행장은 은행경영만 각각 14년, 8년째다. 반면 황영기(52) 회장후보와 하영구(51) 행장은 CEO론 '약관'에 가까운 50대 초반이다. 김정태(57) 행장은 그 중간쯤에 있다. 공교롭게도 50대 초반의 황영기 회장후보와 하영구 행장은 국제파(각각 뱅커스트러스트, 씨티은행 출신)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국내파 중심의 '시니어 CEO'그룹은 정확한 판단력과 추진력,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다. 반면 외국계 은행 출신의 '주니어 CEO'들은 국제감각과 첨단금융기법으로 무장되어 있다. 과연 시장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주목된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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