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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전용관]소녀와 아저씨, 그 부적절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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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전용관]소녀와 아저씨, 그 부적절한 관계

입력
200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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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아저씨'의 이야기는 한국영화에서 조금은 은밀히 전승된 이야기다. 다른 남녀 관계와는 달리 그들의 만남은 꽤 부적절해 보이며, '원조교제'라는 레이블이 붙을 땐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진다.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사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린 이 영화의 두 여고생을 보면서, 그리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펼치는 드라마를 접하면서, 가끔은 고통 섞인 신음소리를 내뱉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영화가 지닌 성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소녀라는 성별은 정말 어쩔 수 없는 대상이다. 몇몇 리얼터치의 영화에서 발견되는 그 아이들은 남근중심적 사회의 노예 같은 존재다. '나쁜영화'는 본격적 시초가 아닐까?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한 이 영화는 '불량스러운' 아이들의 온갖 비행을 카메라에 담는데, 소녀들이 '당하는' 모습은 (아무리 '나쁜' 영화라고 해도) 담담히 받아들이기엔 꺼림칙하다. 또한 임상수 감독의 '눈물'의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십대 여고생은 주인 아저씨의 끊임없는 구애(?)를 받는데, 꽤나 고통스러워 보인다(여기에 비하면 '바람난 가족'에서 유부녀와 바람나는 '고삐리'는 행복한 녀석이다). 단순한 코미디로 웃어넘길 수도 있지만 '두사부일체'엔 집안 사정 때문에 룸살롱에 나가는 여고생이 있으며, 단 돈 몇 십만 원 때문에 졸부의 노리개가 되는 '세기말'의 그녀가 짓는 처연한 미소는 서글프기까지 하다.

그런데 아저씨들이 소녀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관점은 종교적 이미지다. 그들의 젊은 육체와 처녀성이 이 땅을 죄악에서 벗어나게 해줄 거라는 묘한 믿음 같은 걸까? 장선우 감독은 '꽃잎'에서 광주 민주화항쟁의 핏빛 현장을 살풀이 해줄 접신자로 어린 소녀를 선택한다.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 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라는 의미심장한 제목의 영화는, 사이보그로 '부활'하여 자신에게 고통을 주었던 아저씨들에게 복수를 감행하는 여고생을 보여준다. 그리고 '사마리아'의 그 소녀는 죽은 친구가 생전에 원조교제 하던 남자들을 찾아다니며, 그 남자들과 관계를 맺고 돈을 돌려준다. 마치 사자(死者)의 흔적을 지우듯.

"김기덕이 원조교제를 소재로 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일단 화제에 오르긴 했지만, '사마리아'는 제목이 암시하듯 종교적 모티프의 영화다. 여기엔 어린 여자의 육체가 개입된다. 원조교제를 하던 아이는 자신을, 몸을 통해 불교를 전파하던 창녀 바수밀다와 동일시한다. 그 아이는 세상을 떠나고, 살아남은 아이는 죽은 친구의 영혼을 위로하려는 듯 '몸 보시'의 여정을 떠난다. 그 옆엔 딸을 단순한 부성애 이상으로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다. 딸의 뒤를 쫓는 그는 소돔과 고모라 같은 세상에 철저한 응징을 가하는 복수자이며, 딸을 용서하기 위해 고통스러워한다. 그런데 감독은 더러운 속세에서 용서나 구원 따위를 믿을 순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소녀가 탄 자동차는 진흙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공회전만을 하는 걸까?

/김형석· 월간스크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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