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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선거풍속도/"돈·향응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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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달라진 선거풍속도/"돈·향응잔치는 끝났다"

입력
2004.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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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후 50여년간 금품 살포로 얼룩져 왔던 선거 풍속도가 17대 총선에서 180도로 바뀌고 있다. 최고 5,000만원의 불법선거 신고보상금을 노리고 시민들이 '선파라치'(선거 파파라치)로 대거 뛰어들어 구석구석에 거미줄 같은 감시망이 드리워지자 후보자들이 바짝 엎드리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선거 브로커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고, 선거 때면 으레 특수를 누렸던 음식점과 관광업계에도 찬바람만 불고 있다. 반면 선파라치들의 필수용품인 디지털카메라 등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이번 총선부터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의 신고보상금이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뛰자 실업자나 주부 뿐 아니라 바쁜 직장인과 취업준비생들도 선파라치로 나서고 있다.

2월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 박모(27)씨는 최근 친구 4명과 선파라치로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이미 디지털카메라 등 장비를 구입했으며,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짜고 있다. 팀원 2명을 후보자측에 자원봉사자로 위장 침투시키는 것까지도 생각하고 있다.

박씨는 "선거기간에 보상금 1,000만원을 받는 게 목표"라며 "직장인들도 보상금 때문에 야간에 선파라치로 나서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한 포털사이트의 선파라치 카페에는 이미 2,00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서로의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여기에다 경찰관들은 1계급 특진의 당근을 쫓아 선거 전담반 3,000여명 뿐 아니라 일반 직원들까지 눈에 불을 켜고 있으며, 선관위도 직원 2,000여명에다 자원봉사자 등을 총동원해 감시활동을 벌이고 있다.

선파라치의 급증으로 총선 후보들은 극도로 조심스럽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지금까지 돈봉투를 신고, 보상금을 받은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내부고발자로 드러났기 때문에 선거캠프 관련자들의 동향에까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수도권에서 재선을 노리는 A의원의 보좌관 B(36)씨는 "아직도 밥과 술을 대접해야 한다며 손을 내미는 당직자들이 있지만 이들을 믿고 돈을 줄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 지역에 공천을 받은 C후보측 관계자는 "선거를 돕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은 일단 '간첩'으로 의심하고 돌려 보낸다"며 "도무지 누가 적군이고 누가 아군인지 분간조차 힘들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목돈을 받고 운동을 해주던 선거 브로커들도 덩달아 극심한 불황을 맞고 있다. 서울 지역에서 10여년 동안 자칭 선거전문가로 활동을 했던 이모(52)씨는 "괜히 후보측을 찾아갔다가 핀잔만 듣는다"며 "차라리 선파라치로 전업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평소의 2배가 넘는 매출을 올렸던 지구당 사무실 주변의 식당과 관광업계, 인쇄업계는 요즘 파리만 날리고 있다. 한 식당업주는 "지난 선거 때만 해도 한몫 잡았는데 요즘은 평소 매출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소규모 인쇄 업체를 운영하는 이모(43)씨는 "홍보물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강화되면서 선거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반면 디지털카메라 카메라폰 녹음기 등 선파라치 용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의 세운상가, 용산 전자상가 등에는 원거리 촬영용 특수렌즈를 끼운 비디오 캠코더를 찾는 선파라치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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