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전체나 일부를 기둥으로 들어 올려 공간을 확보하는 필로티(pilotis) 공법이 최근 웰빙 바람과 함께 아파트의 새로운 휴식 공간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그동안 필로티는 부족한 주차장 시설을 보완하려는 외식업체나, 구조상 진입로가 애매하거나 사생활 침체가 심각히 우려되는 아파트 건설에서 사용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강·레저 생활과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갈망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분양업체들이 조경 시설과 헬스기구, 놀이방, 도서관 등을 구비한 필로티를 경쟁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업체 입장에서는 그만큼 분양 면적이 줄어들고 건축비가 추가 소요되는 반면, 고객 입장에서는 주거 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이점이 있다. 더구나 필로티가 있는 아파트는 집값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 재테크 측면에서도 도움이 된다.
서울 구로구 구로 5동 애경백화점 주차장 부지에서 분양하는 'LG新구로자이'는 상가와 주택이 접하는 지상 9층 전체를 필로티로 설계, 대규모 옥상 정원을 조성키로 했다. LG건설은 이 곳 900여평 공간에 산책로, 어린이 문고, 체력단련실 등 녹지공간과 주민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벽산건설은 최근 시공한 용인 신봉리 '벽산블루밍' 아파트의 모든 동 1층을 필로티로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벽산건설은 단지 내 옹벽에 전통 기와와 돌문양으로 돌담길을 만드는 등 녹지 공간을 만들어 친환경적인 단지로 꾸몄다.
현대건설은 도심에 위치한 소규모 주거단지의 부족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4월 중순 입주 예정인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도곡동 현대 하이페리온' 필로티 내부에 고급 헬스 기구를 설치했다.
쌍용건설은 99년 분양한 '구성2차 쌍용 스윗닷홈' 필로티에 퍼팅 연습장을 설치해 주민들의 인기를 끌었다. 또 필로티 옆인 동과동 사이에 인공 폭포를 설치해 시원한 전경을 제공했다.
대우건설도 화곡푸르지오 등 최근 일부 분양 아파트의 1층에 필로티를 설계해 개방감을 높이고, 1층 세대들이 겪게 되는 사생활 침해 문제를 해결했다.
서울시는 왕십리 뉴타운의 첫 사업으로 청계천 변에 짓는 쌍둥이 주상복합건물의 저층부와 고층부에 옥외 휴게공원 필로티를 만들기로 했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분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주거 환경 개선과 고급스런 분위기를 내기 위해 1층에 일부러 필로티를 꾸미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친환경적 설계를 한 아파트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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