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던 측근들이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법정에 서자 "자기가 알아서 한 것" "지시에 따른 것 뿐"이라며 '책임 떠넘기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특히 대선 당시 이 전 총재와의 친분을 과시했던 이들마저 "이 전 총재와 친하지 않다"고 공공연히 주장해 재판을 지켜보는 이들에게 씁쓸함을 안겨주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인사는 한나라당 김영일(사진 왼쪽), 최돈웅(오른쪽) 의원.
한화로부터 40억원의 채권을 건네받는 과정에 대해 김 의원은 최근 열린 공판에서 "당시 63빌딩 식당에서 한화 관계자가 최 의원에게 봉투를 건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당시 원탁 테이블에 앉았는데, 한화 관계자가 김 의원과 나 중간 지점에 봉투를 내밀었으며, 거리상 김 의원쪽에 조금 더 가까웠다"고 맞받았다. 김 의원이 "이 전 총재와 최 의원은 고교동창으로 친한 사이"라며 최 의원의 자발적 모금활동에 무게를 두려하자 최 의원은 "이 전 총재와 고교동창인 건 맞지만 같은 반은 아니었다"며 이 전 총재와의 친분을 부인했다.
서정우 변호사도 "자금 요청은 다른 사람이 했는데 기업측에서 '정치인은 못 믿겠다'며 알아서 나에게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들 주장대로라면 한나라당에 막대한 액수의 자금이 들어오긴 했지만 이 자금을 요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는 셈이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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