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석증은 치질이나 백내장 맹장 편도선 탈장 디스크만큼이나 우리에게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2002년)에 따르면 담석증 수술은 우리 국민에게 많이 실시된 7대 고빈도(高頻度) 수술이었다. 전문가들은 성인 열명중 한명이 담석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여성은 거의 2배나 남성보다 담석증에 흔하게 걸린다. 전문가들은 임신횟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비만하면 할수록, 급속한 체중감량을 시도하면 할수록 여성의 담석증 발생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고 강조한다.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많이 발생
서울대 의대 내과학교실이 서울대병원에서 지난 20년동안 수술받았던 담석증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녀 환자비는 1대 1.7. 서양의 남녀비(2∼3배)보다는 상대적으로 격차가 크지 않지만, 확실히 여자 환자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윤용범 교수는 "실제 병원을 찾는 여성 담석증 환자는 남성에 비해 월등히 많다. 하지만 병원을 방문, 수술까지 받는 케이스는 상대적으로 적어 서양보다 남녀 차가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담석증은 직장에서 건강검진 도중 발견되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나라 주부들은 건강검진을 받는 일이 남자들보다는 많지 않은 데다, 증상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는 병원을 찾지 않는 우리나라 특성상 많은 수의 여성 담석증 환자가 진단이 안된 채로 지내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 교수는 "하지만 식생활의 서구화로 콜레스테롤 담석이 급증하고 있어 국내 담석증의 남녀 발생비 격차도 점점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담낭에 돌이 생기는 이유
담낭(쓸개)은 도대체 어떤 장기이길래 목으로 돌덩어리를 삼키지도 않았는데 돌덩어리가 생기게 될까. 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축적, 지방질 성분의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곳이다. 즉, 콜레스테롤을 대사(섭취하고 분비하는 일)하는 곳이다. 그런데 담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물처럼 순수한 액체인 담즙이 갑자기 찌꺼기(콜레스테롤)를 침전시키고 딱딱한 결석(담석)을 형성하게 한다. 콜레스테롤 성분이 과도하게 함유된 담즙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형태가 바로 담석인 것이다. 담석은 모래알처럼 작은 게 대부분이지만, 골프공처럼 클 수도 있다.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이유
담석의 종류에 따라 발생 원인은 조금씩 다르다. 콜레스테롤 담석은 지방질이나 패스트푸드의 과다섭취 때문에 생긴다면 색소성 담석(흑색담석, 갈색담석)은 만성 간질환이나 용혈성 혈액질환, 간디스토마 감염, 세균감염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남녀 모두에게 적용되는 공통 원인이고, 여성에게는 또 다른 발생 원인이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담석증 발생에 주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여성이 임신 중이거나 피임약 복용시, 혹은 폐경 후 호르몬 치료를 받을 때 담석증 발생 빈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에스트로겐의 과도한 분비량때문이라기보다는 분비량의 급격한 변화가 담낭 운동에 영향을 미쳐 담석증을 발생케 한다"고 진단했다. 에스트로겐이 많이 분비되면 담즙내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아지고 대신 담낭 운동은 느려진다.
이 때문에 에스트로겐 분비량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임신은 담석증에서 주요 위험인자중 첫손에 꼽힌다. 뉴잉글랜드 저널에 따르면 25세 전 4번 이상 임신한 경우 콜레스테롤 담석증 발생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무려 12배나 높았다.
보통 여성의 나이도 중요한데, 20∼50세 여성의 담석증 발생률은 남성보다 훨씬 높다. 가임기에는 에스트로겐 분비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담석증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하지만 남녀 발생 비는 이처럼 젊었을 때 오히려 격차가 크다, 60대 이후가 되면 엇비슷해진다. 서울대병원에서 담석증 수술을 받았던 50세 이상 환자의 남녀 비는 1.2대 1 정도였다.
또 여성은 체중감량이나 단식 등도 남성보다 훨씬 많이 시도하는데, 이런 것들도 담석증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체중감량을 통해 우리 몸은 급속하게 지방질을 대사하게 되는데, 이때 담즙내 콜레스테롤 수치도 함께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이외에도 비만, 콜레스테롤 저하제 복용, 당뇨병도 담석증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담석 무조건 제거해야 하나
담석증의 증상은 무증상이 대부분이다. 그 외 자주 체하거나 더부룩한 느낌 같은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환자는 '담산통' 이라는 용어가 실감날 만큼 심한 복통을 경험할 수도 있다. 담석이 어디에 존재하냐에 따라 증상의 빈도나 정도도 달라지게 된다. 윤 교수는 "담낭에 위치한 담석은 보통 무증상일 때가 많으며 무증상 담낭담석의 경우 거의 80%는 평생 특별한 말썽없이 살아간다"고 말했다. 보통 무증상인 담낭담석은 수술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담석이 아주 큰 경우, 담낭벽이 두꺼워진 경우 등은 증상이 없더라도 담석을 제거하라고 의사들은 권한다. 또 담도에 생긴 담석은 증상이 없더라도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담낭이나 담관내 담석은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주로 적용된다. 간내담석은 개복술을 해야 한다.
한편 요로결석과 혼동, 물이나 맥주를 많이 마시면 담석이 빠져 나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해서 빠져 나오지는 않는다.
담석증 예방하려면
멸치 시금치 우유 같은 칼슘 성분이 풍부한 음식이 담석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칼슘제 복용도 피할 필요는 없다.
담석증을 치료중인 환자라면 지방섭취는 제한하는 게 좋다. 조리시 기름 버터 마가린 마요네즈 샐러드 드레싱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다. 윤교수는 "담석증을 예방하려면 서구식보다는 한식 형태 즉 매 끼니 가능하면 밥과 3, 4가지의 반찬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콜레스테롤이 많이 포함된 식품 즉 계란노른자나 오징어 새우 내장류 장어 등의 과다섭취는 분명 담석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색소성 담석을 예방하려면 민물고기 등을 날로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
송영주 yjsong@hk.co.kr
■통증없으면 수술 안받아도 괜찮아
건강검진시 복부초음파검사가 포함돼서 그런지 최근 건강검진 후 담석증으로 진단 받았다고 찾아오는 여성 환자들이 많다. 진료경험과 여러 문헌고찰을 통해 얻은 결론은 무증상환자의 경우 90∼95% 정도는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담석이 발견됐다고 환자들도 막연하게 겁부터 먹을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다.
15년 전 일이다. 40대초반의 여성이 건강검진결과 담낭에 담석이 여러 개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내원했다. 환자는 증상이 전혀 없는 상태로 식사와 소화 기능 모두 문제가 없었다. 초음파검사를 해보니 담낭에 0.3∼0.5㎝크기의 담석이 여러 개 있었다. 경구 담낭조영술로 체크해본 담낭기능은 정상이었다. 환자에게 '수술이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고 말해주면서, 물론 원한다면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후 현재까지 환자는 1년에 한번 경과관찰을 위해 병원을 찾고 있을 뿐, 수술을 받지 않았는데도 여전히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아마 담석증으로 찾아오는 대부분 환자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적극적인 치료(수술포함)가 필요한데도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난감한 경우도 간혹 있다. 40대 후반의 한 여성환자는 담석에 의한 심한 급성췌장염으로 2003년과 올해 초, 두 번에 걸쳐 입원치료를 받았다. 원인이 되는 담석을 제거해야 했지만 환자가 막무가내로 수술을 거부, 약물치료밖에 시행할 수 없었다. 이 환자는 다시 재발될 경우 사실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담석치료는 환자상태, 담석의 위치, 합병증 여부에 따라 개개인에 맞는 맞춤치료가 필요하다.
/윤용범 서울대 의대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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