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내린 눈은 서울 지방의 경우 3월에 내린 것으로는 100년 만에 가장 많다고 한다. 예전에는 눈이 아무리 많이 내려도 길 위에 갇혀 지내는 경우란 거의 없었다. 우선 그렇게 길 위에 갇힐 자동차가 없었다. 이번 폭설로 충청도 지역은 하루 임시 휴교까지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불편은 잠시이고 아마 그곳에 사는 아이들은 평생 이 눈을 잊지 못할 것이다. 봄에 눈 때문에 휴교를 하는 경우야 말로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 아니겠는가.대관령 아래에서 자란 내게도 그런 '봄눈 방학'의 추억이 있다. 어느 학교든 입학식을 3.1절 다음날인 3월 2일에 하는데, 어느 해인가 입학식을 하자마자 그날 오후부터 눈이 쏟아지기 시작해 다음날도 그치지 않고 쌓여 그 주일 내내 임시 휴교를 했던 것이다.
어릴 때 가장 즐거운 날이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는 날인데, 어제 입학식 겸 개학식을 하고 돌아와 그 다음 날 눈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아도 되니 그보다 더 기쁘고 신나는 일도 없었다. 그 해 하늘나라의 선녀님들이 우리에게 학교 가지 말고 놀라고 봄이 되었는데도 흰 떡가루 같은 눈을 자꾸자꾸 뿌려주었던 것이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