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촬영 때는 하루에 3시간씩이나 머리와 의상을 가다듬고 말투도 엘프(요정)처럼 하느라 무척 힘들었어요. 그런데 평범한 처녀 역을 맡아보니 오히려 더 어렵고 어색하고 발가벗겨진 느낌입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요정 리브 타일러(27)가 명랑·엽기 처녀로 변신했다. 불멸의 삶을 버리고 인간과의 사랑을 선택했던 요정 '아르웬'에서, 미국 뉴저지주의 시골마을에서 포르노 비디오를 빌려가는 남자에게 면박을 주는 비디오가게 점원으로. 4월16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케빈 스미스 감독의 새 영화 '저지 걸'(Jersey Girl·뉴저지 처녀)은 아내를 잃고 직장에서도 쫓겨나 촌구석으로 이사 온 한 올리(벤 애플렉)와 비디오 가게 점원 마야(리브 타일러)의 연애담을 그린 영화.5일 미국 뉴욕 현지 시사회장에서 그녀를 만났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수수한 검정 브라우스와 청바지 차림. '반지의 제왕' 때 보여준 어딘지 범접하기 힘든 성스러운 분위기나, 등이 훤히 파진 검정색 지방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던 지난 아카데미영화제 시상식장의 화려하고 섹시한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녀의 첫 마디는 "엘프에서 저지 걸로 변신하는 이 매력, 내 안의 여러 다른 모습을 끄집어내는 이 재미 때문에 배우가 좋다"였다.
"사실 아버지(전설적 록그룹 에어로스미스의 리드보컬 스티븐 타일러)의 영향 때문인지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노래나 뮤지컬쪽이에요. 친구들이 어떤 단어를 얘기하면 그 단어가 들어간 노래를 줄줄이 부르고 모창도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였죠. 오죽하면 제 별명이 '주크박스'(돈만 넣으면 노래가 나오는 기계)였겠어요? 그러나 14세 때부터 해온 이 배우라는 직업이 현재로서는 너무 좋습니다."
극중 비디오 가게 점원 마야에 대해서는 "상처 받은 남자를 옆에서 치유해주는 지적이고, 여성적이고, 재미있고, 독특하고, 용감하고, 친절한 여성"이라고 칭찬을 늘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뉴욕 맨해튼이라 뉴저지에는 친구도 없다"며 자신은 절대 '저지 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저지 걸'이라는 표현은 미국에서 촌스럽고 투박한 처녀라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
그렇지만 '저지 걸'의 리브 타일러는 영락없는 저지 걸이다. 처음 만난 남자 손님 올리에게 "어린 딸과 함께 와서 포르노 비디오를 빌려가는 심리는 도대체 뭐냐?"고 면박을 주고, 올리가 아내와 사별 후 7년 동안 섹스를 하지 못했다는 말에는 "그럼 오늘 당신 집에서 그 섹스라는 걸 하자"고 말한다. 한마디로 3년 전에 방송됐던 SBS TV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의 주인공 장나라를 빼다 박았다.
그런데도 왜 '반지의 제왕' 이후 첫 작품으로 이같이 촌스러운 '저지 걸'을 택했을까. "'반지의 제왕' 촬영 때 케빈 스미스 감독이 시나리오를 보내왔어요. 매우 독특하며 사람을 감동시키는 영화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올리 같은 사람과 진짜로 사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이미 결혼했기 때문에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다음 작품은 할리우드의 유명한 조연 스티브 부세미가 감독을 맡고, 벤 애플렉의 동생 케이시 애플렉이 등장하는 저예산 영화 'Lonesome Jim(외로운 짐)'이라고 한다.
/뉴욕=김관명기자 kimkwm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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