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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道 폭설마비 뒷북대응 실태/통행재개 연기 또 연기 "우왕좌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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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道 폭설마비 뒷북대응 실태/통행재개 연기 또 연기 "우왕좌왕"

입력
2004.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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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여대의 차량이 24시간 이상 고속도로에 갇힌 사상 초유의 사태는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돌발 재난에 속수무책임을 여실히 보여줬다.기상청이 서해안을 제외한 충청지역에 대설주의보를 발령한 것은 5일 새벽 4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설이 쏟아지면서 새벽 5시40분께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옥천 나들목 인근에서 화물차 등 차량 5대가 연쇄 추돌, 화물차 운전사 오모(42)씨가 숨지고 양 방향 9㎞ 구간에서 차량 지·정체 현상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이날 오전 7시 경부와 중부고속도로가 만나는 남이분기점 부근에서 차량이 미끄러져 엉키면서 교통대란이 본격화했다.

하지만 도로관리 책임이 있는 한국도로공사의 재난대응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현장 상황이 본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데다, 동원된 제설차량이 고속도로에 진입하지 못해 무용지물로 변했다. 부족한 인력에 의존해 제설작업을 진행하는 동안, 뒤엉킨 고속도로에는 차량이 계속 밀려 들어왔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가 완전 마비되자 오후 2시가 돼서야 부랴부랴 경부고속도로 목천―신탄진IC, 중부고속도로 오창IC―남이분기점 등 4개 구간의 상·하행선 통행을 차단했다. 이때는 이미 진입 차량들이 물류의 대동맥인 전국의 고속도로를 40∼50㎞씩 가득 메운 채 오도가도 못해 상황을 되돌리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도로공사는 다시 소통 대책을 요구하는 운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회차를 유도하기 위해 할 수 없이 중앙선을 뚫었으나, 그 구간이 5m 정도로 너무 짧아 차량들이 얽혀 아수라장을 이루는 역효과만 냈다.

운전자들은 "트럭 등 대형차량이 차를 돌리는 과정에서 길을 가로막는 바람에 시간이 더 지체되고 혼란만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이후에도 오후 4시30분에 통제해제 예정시간을 오후 7시로 발표했다가, 오후 6시에는 1시간 늦춰진 오후 8시로 발표하는 등 우왕좌왕했다.

또 6일 오전 2시, 오전 7시 등으로 계속 늦추다가, 6일 오전 9시께 "오전내 개통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다시 오후 4시로 해제시간을 연기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장인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은 5일 오전 9시 대설경보가 발령된 가운데 충남·대전지역 업무보고 방문을 강행했다가,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열차로 상경해 고속도로 정체가 시작된 지 16시간만인 저녁 8시께야 관할지역 전소방기관에 현장 출동및 지원 활동을 지시했다.

유관기관의 연계체제도 가동되지 않아 밤 사이 제설작업을 위한 인력 동원은 물론 고립지역 구호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밤 늦게 연락을 받은 충남경찰청과 민방위재난본부 소속 헬기 2대가 소량의 음식과 모포 등을 공수했지만, 추위와 굶주림에 떠는 운전자와 승객들을 안심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고건 총리 역시 폭설이 그친 6일 오전 10시에야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신속한 제설작업을 벌이겠다"며 뒷북을 쳤다. 고속도로 마비가 가시화한 지 27시간이 지난 뒤였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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