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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폭등 /수출업체, 채산성 악화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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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 폭등 /수출업체, 채산성 악화 한숨

입력
2004.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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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가격은 그대로인데 원가(원자재 가격)는 계속 오르니 이젠 수출을 할수록 손해만 커질 판입니다."5일 경기 부천시 오정구 내동에 자리한 (주)경인정밀기계 공장.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형광등도 켜지 않아 어둑한 사무실 안에서 김선경(54) 사장은 멈춰 선 공장의 일부 설비와 창 밖의 내리는 눈을 번갈아 보면서 깊은 한숨만 내 쉬었다. 지난해 12월 유럽, 일본, 미국의 쟁쟁한 업체를 따 돌리고 인도네시아 최대 철강업체 크라카타우스틸의 크레인용 기어 감속기 입찰에서 78만 달러 어치를 수주했을 때만 해도 김 사장은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중국과의 경쟁, 최악의 인력난에 허덕이며 어렵게 회사를 이끌던 김 사장은 크라카타우스틸 수주 건이 동남아 시장 확대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당시 김 대표가 생각했던 마진은 10∼15% 정도.

그러나 상황은 급변했다. 두 달 사이에 기어 감속기의 주 자재 중 하나인 철판이 ㎏당 550원에서 760원으로 무려 38%나 상승한 것. 다른 주자재인 주물도 ㎏당 950원에서 1,300원으로 27%나 올랐고 환봉도 ㎏당 760원에서 870원으로 15% 가까이 부담이 늘었다.

결국 처음 생각했던 마진을 원자재 가격 상승이 모두 잠식해 지금대로라면 계약을 파기해야 할 판이다. 김 대표는 "크라카타우스틸과 다시 협상을 해야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된다면 수출은 포기해야 할 것"이라며 "문제는 원자재 가격이 어디까지 치솟을 지 예측할 수 없어 수출 견적을 내기도 겁이 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유가 상승으로 삼중고

충북 충주시 A전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오디오·비디오용 카세트테이프의 스틸 부품 등을 제조하는 이 회사는 최근 주력품인 테이프 가이드 핀의 생산을 중단했다. 월 2,000만개씩 생산, 지난해 모두 8억원 어치를 중국 등에 수출했으나 최근 원자재인 스테인레스 가격 상승과 환율상승으로 원가(5원)가 수출 단가(4원)를 추월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 스테인레스에 들어가는 니켈 가격이 2년 전 톤 당 7,000달러에서 최근에는 1만6,000달러가 된 데 따른 영향이다.

더구나 A전자는 궁여지책으로 목재용 나사못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막대한 설비비만 날릴 처지다. 타당성 조사 결과 8억원 정도를 투자하면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1차로 설비를 주문했으나 최근 철강가격 인상으로 설비 가격까지 덩달아 뛰면서 당초 예상했던 투자 비용보다 20% 이상 더 들게 생긴 것. 회사 관계자는 "마진이 없어져 사업을 접어야 하지만 이미 투자를 한 부분이 있어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79% "수출 채산성 악화"

원자재가 상승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수출마저 위협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457개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수출 전망 및 채산성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중 98.2%가 최근 1년 사이 원자재가격 상승을 경험한 반면 이중 대부분(72.0%)은 원자재가격 인상분 중 20% 이하만 수출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조사대상 업체 중 78.8%는 앞으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협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의 치열한 가격경쟁 때문에 수출가격을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원화강세와 유가상승까지 겹치면서 수출 채산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며 "원자재 구매자금 지원, 환율의 안정적 운용과 환리스크 관리 강화, 원자재 유통질서 확립, 부품·소재개발 지원 확대 등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해운·항공화물 운임도 급등 2중고

원자재 대란에 이어 유가 인상으로 해운 및 항공 화물 운임마저 치솟고 있어 수출업계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미국간 항로를 운항하는 14개 해운사들의 협의체인 '태평양항로안정화협정'(TSA)은 5월1일부터 미 서안항로 운임을 40피트 컨테이너(FEU)당 450달러, 동안은 600달러 인상키로 결정했다. 특히 6월15일부터 10월까지 성수기엔 FEU당 400달러의 할증료도 부담키로 했다.

이에 따라 부산과 로스앤젤레스간 요금은 섬유 및 의류의 경우, FEU당 2,500∼2,600달러에서 5월부터 2,950∼3,050달러로 오른 뒤 6월 중순 이후에는 다시 3,350∼3,450달러로 뛸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태평양안정화협정(CTSA)도 5월부터 캐나다 수출항로의 운임을 FEU당 450달러 올리고 성수기 할증료로 FEU당 400달러를 추가 부과키로 했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대상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오가는 황해정기선사협의회도 3월, 9월 두 차례에 걸쳐 50∼100달러씩 인상 목표를 세웠고 일본을 운항하는 한국근해수송협의회와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 및 아시아역내선사협의회(IADA)도 올해 2∼3차례 운임을 올릴 방침이다.

항공화물 운임도 들썩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은 지난달 15일부터 유가변동 할증료를 미국 기준으로 ㎏당 10∼15센트로 올린 데 이어 한국-미국 구간의 물량이 크게 늘면서 추가요금 인상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운송업계는 밝혔다.

무협 관계자는 "북미항로의 경우 지난해 평균 30∼40%의 운임이 오른 데 이어 또 다시 큰 폭의 인상이 예정돼 있어 수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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