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다섯 새색시가 꼬마 신랑과 혼인을 하고 보니 시어머니 나이는 스물여덟. 할머니 세대엔 이런 일이 흔했지만 지금은 서른 전후에 처음 출산하는 것이 예사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2년 평균 산모의 나이는 29.7세. 첫 출산만 따져도 평균 28.3세다. 특히 직장 여성은 20대보다 30대 출산이 많다. 결혼 후에도 집장만이다, 승진이다 하며 조건을 따져 임신 일정을 조절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피임을 그만둬도 임신이 잘 되지 않거나 유산하는 일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저의 출산율(2002년 1.17명)을 기록하고 있는 데에는 가임기 부부 10쌍 중 1∼2쌍이 불임이라는 사실과도 무관치 않다. 고령임신으로 기형아, 조산 빈도도 많아졌다. 이제 '자녀계획'의 의미가 산아제한이나 피임을 뜻하는 때는 지났다. 어떻게 하면 임신을 잘 할 수 있을지를 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해야 할 때다.35세 전에 낳아라
임신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 "늦어도 35세 전에 아이를 가지라"는 것이 전문의들이 첫번째로 강조하는 점이다. 20대 부부는 임신을 시도한 지 평균 두달만에 아이를 갖지만 나이가 들수록 임신성공률은 떨어지고, 유산율은 20대 10% 미만에서 35세가 넘으면 20%로 상승한다. 다운증후군 출산 확률도 1,000명중 1명(20대), 600명 중 1명(30대 초반), 400명 중 1명(30대 후반), 100명 중 한명(40대)으로 높아진다.
특히 여성은 한정된 난원세포(난자가 될 세포)를 타고 나기 때문에 난자의 질이 20대 중반 정점에 이르러 35세 이후 급격히 떨어진다. 남성도 35세가 넘으면 유산율이 20대의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모든 것이 준비된 상태에서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은 임신 조건을 간과하는 것이다.
임신 전 진단을 받아라
아이를 갖기 전에 먼저 산부인과를 찾는 것이 좋다. 임신을 했더라도 뒤늦게 치명적 질병이 발견되면 임신 유지가 어렵고 유산을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론 혈액형, 빈혈, 성병, 당뇨, B형간염, 풍진 등을 검사한다. 또 애완동물로부터 옮을 수 있는 기생충·바이러스 검사도 포함된다. 신생아에겐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중엔 암이 급성장하므로 자궁경부암 검사도 하는 게 좋다.
필요하다면 난소와 자궁의 이상이 없는지 내진을 포함한 검사를 한다. 특히 인공유산 등 수술경험이 있다면 자궁경부가 열려 유산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처음부터 주치의와 상의한다.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양재혁 교수는 "집에서 가깝고, 산전 건강검진부터 산후관리까지 토털 케어가 가능한 병원을 고르라"고 조언한다.
체중을 조절하라
비만한 여성은 배란이 안돼 불임을 초래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겪을 수 있다. 즉 비만은 대사이상을 초래,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끼친다. 그 결과 생리불순이 많고 자연히 불임 가능성도 높다. 너무 말라도 마찬가지다. 심한 다이어트 후 생리불순이나 조기폐경이 찾아와 병원을 찾는 젊은 여성들이 더러 있다. 즉 임신이 잘 되기 위해선 식사조절과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담배 커피 스트레스를 피하라
술, 담배, 커피, 스트레스는 남녀를 불문하고 임신을 방해하는 일등 주범이다. 흡연은 독성물질이 많고 혈관을 수축시켜 영양과 산소공급을 차단함으로써 건강한 정자와 난자를 만들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하루 1∼2잔의 커피나 2∼4잔의 콜라(카페인 100∼200㎎)를 마실 경우 임신 가능성이 10%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카페인은 임신 초기 태아에게 필요한 철분과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
스트레스가 많으면 역시 근육이 긴장되고 혈액순환이 순조롭지 못해 불임을 유발한다. 원인이 불분명한 습관성 유산의 많은 부분도 스트레스 탓이다. 먼저 임신에 대한 부담을 털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로마 요법을 이용, 하루 15∼20분씩 마음을 가다듬는 것도 한 방법. 라벤다, 네롤리, 레몬그라스, 제라늄, 클라리세이지 등의 아로마 오일 중 1∼2가지를 목욕물에 떨어뜨려 몸을 담그고 명상을 해 보자. 한방에선 말린 귤껍질을 넣어 끓인 진피차가 막힌 기를 풀어주고, 대추차는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바른 자세를 가져라
20년 동안 1만5,000쌍의 불임부부에게 아기를 안겨준 강명자 꽃마을 한방병원장은 비뚤어진 자세를 불임 원인 중 하나로 지적한다. 척추가 비뚤어져 그 안을 흐르는 척수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뇌하수체의 기능도 떨어져 호르몬 분비나 난소 기능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 자세가 나쁘거나 한쪽으로만 씹는 습관도 바로잡아야 한다.
강 원장이 권장하는 것은 요가. 요가는 평소 안 쓰던 근육을 늘려 몸의 균형을 잡을 뿐만 아니라 복식호흡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고 명상으로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까지 있다.
신선한 야채와 잡곡을 먹어라
비타민B의 하나인 엽산이 부족하면 신경관 결손이라는 치명적인 기형을 유발한다. 그런데 임신사실을 알게 된 임신 4∼5주께면 신경관은 이미 형성되기 때문에 임신 전부터 엽산 섭취에 신경써야 한다. 엽산은 시금치, 오렌지, 귤, 고구마, 각종 곡물에 많다. 필요하다면 종합 비타민을 먹고, 빈혈이 있을 경우 철분제를 먹는다.
또 현미 등 잡곡밥과 생야채, 과일 중심으로 먹고 기름진 육류, 백설탕, 고지방 식품, 가공식품, 인스턴트 음식을 피한다. 피를 맑게 하고 잘 순환되도록 하며, 비타민 미네랄을 섭취하기 위해서다.
여성은 따뜻하게, 남성은 차게
구조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도 불임이나 유산이 반복되는 여성 중엔 하복냉증이 많다. 아랫배가 유난히 차고, 월경주기가 늦고, 생리통이 심한 경우다. 얼굴은 화끈거려 자신은 냉증인 줄 모르는 수도 많다. 한방에선 한약과 뜸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집에선 굵은 소금과 대파, 생강을 썰어 함께 볶아 아랫배에 찜질을 해 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찬 음료나 찬 샤워, 꽉 끼는 속옷은 피해야 한다.
남성의 경우 반대로 아랫도리를 시원하게 해주어야 정자가 잘 만들어진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는 경우 정자검사를 해 보면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남성은 바람이 잘 통하는 사각팬티를 입고, 찬 물로 고환을 씻어주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부부생활은 횟수보다 질
강 원장은 "부부관계를 자주 갖는 것보다 질이 중요하다"며 "남성은 5∼7일간 금욕했다가 여성의 배란일이나 전날에 맞춰 부부관계를 맺고, 여성의 만족도가 높아야 임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금욕하라는 것은 정자가 충분히 생산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여성이 만족해야 한다는 것은 그래야 자궁이 수축돼 정액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는 사랑의 결실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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