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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모습 드러내는 파주 출판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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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선/모습 드러내는 파주 출판단지

입력
2004.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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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일산신도시에서 자유로를 타고 통일동산을 향해 10여분 달리면 오른편에 야트막한 삼학산(해발 192m)이 나타난다. 그 아래 넓은 벌판에 바둑판처럼 정비된 도로, 그림 같은 현대식 건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켠에서는 기계음속에 새 사옥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48만여평. 국내 최대 출판관련 집적화시설인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가 자리잡은 곳이다. 단지입구 왼쪽편에는 최첨단 시설 등을 갖춘 출판물종합유통센터가 4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가 진행중이다.중앙에 들어서자 적갈색의 매머드급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가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연면적 4,200평, 4층의 이 건물은 출판 교육강좌와 각종 이벤트가 열릴 핵심시설. 바로 앞에는 전북 정읍에서 옮겨 복원한 조선후기 한옥집이 눈길을 끈다. 단지 서편과 동편인 자유로쪽과 삼학산아래에는 예술작품을 연상시키는 3, 4층짜리 출판사 건물들과 인쇄공장들이 띄엄띄엄 들어서 방문객을 반긴다. 단지 중심부는 갈대숲과 초지 등이 조성된 길이 3㎞의 샛강이 관통해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준다.

내년까지 모두 150곳 둥지

한국출판의 새 메카 파주출판단지가 한껏 비상하고 있다. 2002년말부터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등의 입주가 시작된 출판단지는 올해 1단계지구(26만여평)공사가 대부분 마무리된다.

파주출판단지는 출판, 인쇄, 영상, 소프트웨어, 그래픽, 포토 등 출판관련 산업을 한 곳에 모아 놓은 집적화 국가산업단지. 단지조성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현 출판문화단지 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이자 열화당 대표인 이기웅(63)씨가 출판계 지인들과 현안을 논의하던 중 "제지에서부터 인쇄, 유통에 이르는 전 과정을 하나로 묶자"는 의견이 나온 것이 계기가 됐다. 그후 91년 사업협동조합 설립을 거쳐, 일산신도시에 부지를 선정했으나 공급가격 등의 문제로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우여곡절끝에 파주에 눈을 돌리면서 98년 착공, 6년만인 올해말 1단계 지구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출판문화단지에 입주한 출판·인쇄업체 등은 모두 33곳. 2002년 8월 국내최대 인쇄업체인 보진재 등 5곳의 입주를 시작으로, 2002년 말 동그라미교육, 신일문화 등 10곳이, 지난해엔 창작과 비평사, 양서원, 민음사, 열화당 등 유수의 업체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올연말까지는 60개업체가 추가로 입주하는 등 내년말까지 둥지를 옮겨올 업체는 모두 150곳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마포에서 이주한 창착과 비평사 유용민 부장은 "출판문화관련시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어 업무의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출판과 환경이 어우러진 생태자연도시

출판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주출판단지의 가장 큰 특징은 생태환경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점. 실제로 단지조성 과정에서 샛강(3㎞)과 주변갈대숲, 강변초지 등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살렸다. 때문에 샛강은 출판단지 중앙을 관통하면서 한강으로 흘러들고 주위엔 물고기가 뛰놀고 철새가 날아든다. 건물사이엔 담장을 없애고 간판도 간소화했으며, 사옥들은 최대한 건축미를 고려했다. 출판문화단지 사업협동조합 김근상(39) 차장은 "자연친화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김원 민현식씨 등 유명 건축가가 설계에 참여했다"며 "출판, 자연, 건축물이 하나가 된 멋진 신도시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문객들도 독특한 건물과 쾌적한 환경에 경이로움을 표하고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서울에서 왔다는 김미나(35·여)씨는 "서가에 꽃힌 책을 형상화한 한길사 사옥은 특히 인상적"이라며 "곳곳에 친환경적 조형미가 뿜어져 나오는 도시"라고 추켜세웠다.

건축가와 건축학도, 전문가 등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사업조합측은 "지난해 한해동안 2,000명이 넘는 대학교 건축학과 재학생, 건축포럼 등 단체 방문객이 이 곳을 찾았다"며 "최근에는 일본과 중국 등의 관광객도 심심찮게 다녀가고 있다"고 전했다.

시설집중 시너지효과 기대

단지 조성을 계기로 국내출판업계의 지각변동이라고 할 만큼 획기적인 변화가 기대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영세성에서 탈피, 국제수준의 출판산업 기반을 확고히 할수 있고, 출판생산 및 유통, 관리의 과학화와 전문인력의 양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업협동조합 이기웅 이사장은 "출판단지 2단계 개발이 마무리되는 2008년이면 출판분야 2조원을 포함, 모두 6조원의 매출증가가 예상된다"며 "또한 물류비 생산비 등 2조원의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출판전문가들은 "한국은 양적으로 세계 10대 출판국으로 성장했지만 기획, 유통, 영업 등은 전 근대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면서 "출판단지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일시에 해결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근 관광지등과 연계한 관광명소로도 각광받을 전망. 파주시 관계자는 "출판단지주변에 관광객이 몰려드는 통일전망대, 임진각 등이 위치해 있어 주요한 관광코스의 하나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대중교통과 편의시설 부족 등이 난제다. 단지와 외부를 오가는 버스와 전철이 전무한 상황. 다만 단지에서 서울(합정역), 마두역(일산)을 운행하는 조합 셔틀버스 2개노선만 출퇴근시 운행중이다. 2002년 12월 강남에서 출판사로서는 최초로 입주한 한길사의 강옥순 주간은 "출판단지가 대중교통 수단의 사각지대로 방치될 경우 생산성도 떨어질 것"이라며 "식당 등 편의시설도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

사진 손용석기자

파주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총 48만여평)는 1·2단계지구(총 사업비 1조원)로 나뉜다. 1998년 착공후 올연말 완공을 앞두고 있는 1단계지구(26만여평)의 주요 시설은 출판물종합유통센터 출판·인쇄지구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지원시설 등이다.

내달 준공될 종합유통센터(2만3,000평)는 최첨단 물류 설비 시스템을 갖춘 주요 시설. 총 3,000만권의 도서보관 자동화 창고와 시간당 6,600부의 도서를 300개 거래처로 발송할수 있도록 분류하는 도서분류기 등을 갖추고 있다. 유통센터는 출판 인쇄 서적상 등 200여 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하는 한국출판유통(주)이 관리한다.

출판·인쇄지구(9만2,000평)에는 출판사와 인쇄회사 등이 들어선다. 내년말까지 150여 개 업체가 별도 사옥을 지어 이사하게 되는데 건물을 임대, 입주하는 영세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대략 500∼600개 관련 업체가 둥지를 틀 것으로 예상된다.

연면적 4,200평의 4층건물인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는 유통센터와 함께 단지의 핵심시설로 꼽힌다. 출판문화교육센터와 이벤트홀, 도서전시장 ,대회의실, 사업협동조합 등이 자리하고 있다.

지원시설(1만여평)에는 입주업체 직원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상업시설들이 들어선다. 내달 문을 열 대형 종합쇼핑몰 '이채'는 지하1층 지상2층 연면적 1만6,000평규모. '난타' 전용극장과 8곳의 영화관, 쇼핑센터, 식당가 등 다양한 문화레저공간으로 꾸며진다.

이밖에 2만6,000평에는 공원과 녹지가 조성되고, 주거시설에는 직원용 200여가구의 연립주택도 건립된다.

2단계지구(22만여평)는 2005년 착공, 2008년 완공할 계획. 세부적 토지이용 계획 및 면적 등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미디어, 애니메이션 등 첨단 영상산업시설 등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송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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