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지하철로 출근하는데 30대 초반의 여성이 벌떡 일어나면서 나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2년 동안 세 번째 당하는 일이지만 53세 나이에 지하철 자리를 양보 받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충격이다.얼떨결에 자리에 앉자 그 여인이 말을 걸어온다. "혹시 오 박사님 아닌가요?" 가끔 환자 보호자들이 인사를 걸어오는 경우가 있어 그런가 했지만 아무리 봐도 초면이 확실하다. "그런데요?" 심심한 아침 지하철 승객의 눈길이 우리에게 쏠린다.
얘기인 즉, 몇달 전 텔레비전 건강프로그램에 출연 건강걷기와 생활습관병에 대해 얘기한 적 있었는데, 자기 부부가 나의 충고를 따라한 뒤 남편이 혈압약 복용도 끊고 체중도 7㎏이나 줄었다고 한다. 그 분의 남편은 퇴근길 소주 한잔을 즐기면서도 귀가하면 잠만 자다 보니 아랫배도 나오고, 몸은 점점 무기력해졌다. 혈압약도 3년째 복용해왔다. 그래서 결심한 것은 매일 밤 9시면 양재천을 한 시간씩 걷는 것.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퇴근길에 옆으로 새는 일을 그만뒀다. 또 부부가 같이 걷다 보니 부부애도 좋아지고, 아이들도 따라해 집안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이 처럼 환자들에게는 매일 이렇게, 저렇게 지키라고 하면서 정작 의사 본인들은 실행치 못하는 것이 많다.
고혈압은 전 세계적으로 장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위험인자 중 50%를 차지하며 국내에서도 가장 흔한 질환중의 하나이다.
고혈압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주범이고, 동맥경화가 진행되면 고혈압은 더욱 악화돼 악순환을 거듭하게 된다.
고혈압도 유전적 경향이 적지 않다. 그러나 생활습관의 변화로 기대만큼의 혈압으로 내릴 수도 있고 때로는 혈압약 복용을 중지해도 되는 수준에 이르기도 한다.
고혈압의 예방 가이드라인은 하루 30분 이상 걸을 것 술은 하루 두잔 이하로 마실 것 과일 야채 섭취를 늘리고 지방섭취를 줄이는 것 저지방 우유를 먹는 것 등이다. 이렇게 지키면 정말 혈압이 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습관은 일부 암도 예방한다.
혈압이 높아도 생활습관 한번 바꿔 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고, 약도 먹지 않으려고 하는 분도 많다. 뇌졸중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인지….
/고려대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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