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개인적 의사 표시까지 제한하는 것은 아예 정치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노무현 대통령이 선거중립 의무 규정을 위반했다고 중앙선관위가 결정한 데 대해 청와대는 4일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이처럼 볼멘 소리를 했다.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회의결과를 발표하면서 "관권선거 시절의 선거법은 개혁돼야 한다"고 '항변'했다. 강금실 법무부장관도 "법무부 차원에서 대통령의 정치활동 범위에 대해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쪽을 두둔했다.
미국 대통령이 상·하원 선거캠페인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진국처럼 법을 바꾸자" 는 청와대 주장에도 나름의 일리가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선진국과 한국의 차이를 대충 넘겨 버렸다. 우리나라에서 관권선거의 유산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선거 때 일부 공무원들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게 현실이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이 실제 선거를 관리하는 주(州)정부 공무원들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은 없다. 반면 한국에선 경찰·검찰 등 선거사범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중앙정부에 속해 있다. 또 4년 중임제 대통령은 '정당' 간판으로 중간평가나 재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5년 단임제 대통령은 '초당적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에 우선 충실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선거법을 바꾸더라도 대통령의 선거 개입에는 한계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다수 학자들의 견해이다.
"악법도 지키라"는 말은 차치하더라도 우리의 특수 사정이 반영된 선거법은 일단 지키고 봐야한다. 청와대와 법무부가 법을 우습게 안다면 어떻게 각종 불법선거에 대해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는가.
김광덕 정치부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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