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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요리조리 맛있는 세계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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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요리조리 맛있는 세계 여행

입력
2004.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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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향랑 글·그림 창비 발행·1만3,000원

엄마와 딸이 잠깐 외출을 한다. 일요일인데 꿈쩍도 않고 잠만 자는 아빠 때문이다. 두 사람은 인형만큼 작아져서 '이상한 나라의 거인 식탁' 위를 걷게 된다. 그리고 중국의 마파두부, 베트남의 소스 느억맘, 터키의 케밥, 이탈리아의 티라미수 케이크 등을 만들고 먹는 세계 각국 사람들을 만난다.

환상적인 동화 속에 세계 요리 여행을 담은 '요리조리 맛있는 세계 여행'은 음식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다.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을 말해준다'는 독일 격언처럼 음식에 담긴 문화의 의미를 친절하고 조리있게 보여준다.

엄마와 딸 예린이가 처음 만나는 사람은 손자를 위해 마파두부를 만들고 있는 중국 쓰촨(四川)성에 사는 할머니다. 호기심 많은 예린이가 마파두부가 뭐냐고 묻자 할머니는 "청나라 때 곰보자국(마·痲)이 있는 할머니(파·婆)가 만든 매운 두부요리"라고 이름의 유래를 알려준다. 할머니는 황제를 위한 베이징 요리, 요리 재료의 천국인 광둥 요리, 해산물이 풍성한 상하이 요리, 맵고도 개운한 쓰촨 요리를 설명하면서 대표적인 상하이 요리 털게찜, 광둥 요리 불도장 등을 그림으로 보여준다. 잘못 알고 있는 상식도 바로잡아 준다.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고 생각한다지? 베이징에서는 전통 자장면을 즐긴단다. 주 요리 후의 음식으로 먹는데 자장 소스가 아주 짜니까 조금씩 넣어 비벼야 한단다."

중국 할머니뿐 아니라 터키,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멕시코, 베트남 음식의 전문가들이 나서 엄마와 예린이의 음식 여행을 돕는다. 터키의 케밥 장수 핫산은 터키식 고기 완자인 큐프테, 궁중과자에서 유래한 후식 타를르쥬, 양젖으로 만든 요구르트 아이란을 설명한다. 스페인의 전통무용 플라멩고를 추는 까르멘 아줌마는 해물 쌀요리인 빠에야, 콩과 소시지로 끓인 파바다 수프를 보여준다. 이탈리아 화가 마르꼬, 파리에 사는 마리, 멕시코 악사 마리아치, 베트남 국수를 파는 아가씨 투엔도 각자의 장기인 음식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냥 세계 음식을 늘어놓은 뷔페라면 재미가 없겠지만 음식을 둘러싼 정치·사회·문화적 배경을 곁들여 자연스레 세계문화사도 알 수 있게 한 점이 돋보인다. 프랑스 빵인 크루아상은 원래 헝가리에서 온 것으로 헝가리가 터키 군대를 무찌른 것을 기념하기 위해 빵 모양을 터키 국기의 초승달을 본떠 만들었다는 것, 스페인 사람들이 동양처럼 쌀을 먹는 이유는 스페인 남쪽 지방이 이슬람교를 믿는 무어인에게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등 각국의 고유 음식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롭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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