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4일부터 내보내기 시작한 TV 선거 광고가 역풍을 만났다.부시의 선거 참모들은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부은 선거 광고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난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에게 쏠린 국민의 관심을 부시 대통령에게로 돌리려던 당초의 기획 의도에서 크게 빗나간 반응이었다. 이날 방송된 광고는 모두 3편. 이 중 한편은 9·11 테러로 무너진 세계무역센터(WTC) 잔해 속에서 펄럭이는 성조기가 등장하고, 다른 한편은 잔해 속에서 성조기에 덮힌 시신이 옮겨지는 장면과 소방관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광고를 본 9·11 희생자 유가족과 소방관 등 일부는 "희생자를 정치 광고의 제물로 삼은 처사"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25만 명의 회원을 둔 국제소방관협회는 4일 부시 선거운동본부 측에 광고 방송 중단과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평화로운 내일을 위한 9·11 유가족회'라는 단체도 5일 WTC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극적 장면을 담은 광고 2편의 방송 중단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선거전략가인 카렌 휴즈 고문은 CBS 방송에 출연,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이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을 옹호했다. 스콧 매클렌런 백악관 대변인도 "이 광고는 국가적 비극의 슬픔을 나누고 그 기억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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