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군에 심해잠수훈련장비를 납품키로 한 프랑스의 세계적인 방산업체가 계약을 불이행, 한국과 프랑스 정부간에 외교마찰로 비화하고 있다.또 총 237억원(장비 199억원·시설 38억원)이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의 지연으로 해군의 전력강화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5일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완료 예정이었던 특수 잠수요원과 잠수함 승조원 양성을 위한 심해잠수훈련체계(Deep Diving System) 사업이 장비납품 업체인 프랑스 C사의 계약 불이행으로 2개월 이상 파행을 겪고 있다.
C사는 2001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단계적으로 장비 납품을 마치도록 돼 있었지만 자금난을 겪자 지난해 9월께 국방부에 납기 연장과 함께 국방부가 이 업체에 선금을 주면서 계약 이행을 보장받기 위해 보관하고 있는 보증금 25억여원의 조기 지급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가 "납기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거부하자 업체측은 한국에 파견한 기술진 16명을 지난해 12월1일 외국의 다른 사업에 투입한다는 이유로 일방적으로 철수시켰다. 국방부는 사업이 이미 95% 정도 진행됐고, 한국 건설업체가 맡았던 38억원짜리 시설 공사가 끝난 상황임을 감안, C사 고위 간부가 지난해 12월23∼24일 방한한 자리에서 보증금 지급 요구를 수용키로 했다. 그러나 C사는 국방부에 예탁돼 있는 다른 보증금 11억여원에 대해서도 조기지급을 요구, 협상이 결렬됐다.
국방부는 마무리 돼 가던 사업이 난항을 겪게 되자 프랑스 국방부에 올해 2월 중순까지 사업 이행보증 서명을 해주면 납기연장 및 보증금 25억원 지급 등이 포함된 수정계약을 체결하겠다고 통보했으나 프랑스 정부는 2월16일 주한 프랑스 대사관 무관부를 통해 "민간기업의 계약을 보증하기 힘들다"며 거부의사를 전해 왔다.
국방부는 최근 프랑스 정부 관계자를 불러 "프랑스 정부가 지급보증을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지급한 선금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으며, 자금집행 창구인 농협도 프랑스 B은행에 보증금 반환을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또 이달 말 파리에서 열리는 양국간 방산공동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지기로 했다. 국방부는 최악의 경우 계약을 파기한 후 다른 업체에 사업을 맡길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프랑스 정부에 이번 문제가 양국간 신뢰를 깨뜨릴 수 있는 사안임을 이해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C사는 2001년 7월 공개입찰에서 최저가를 제시해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당시 경쟁업체였던 국내 H사는 240여억원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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