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하오 마(안녕하세요)', '나얼 통(아픈 곳은 어딘가요)'.매주 일요일 경기 성남시 분당보건소에 열리는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센터. '외국인 근로자들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최윤근(58·전 차병원 통증센터 소장) 박사가 중국어로 열심히 문진을 한다.
이곳은 하루 평균 70∼8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찾는데 환자의 60%는 중국계. 한국말은커녕 간단한 영어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국어로 대하면 진료 분위기가 대번에 달라진다. 그래서 최 박사는 틈나는 대로 중국어를 익혀 의사소통이 웬만큼 가능해졌다. 그러나 한참 부족하다고 느껴 올해 한국방송통신대 중문과 3학년에 편입했다.
"중국인 환자를 대할 때마다 중국말을 더 잘하면 치료도 잘 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쌓이더군요. 낯선 타국 땅에서 자기 나라 말을 유창하게 하는 의사를 만나 한시름 놓을 환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렙니다."
최 박사가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발벗고 나서게 된 것은 1974년 서울대 의대 졸업 후 미국으로 건너가 통증클리닉을 개업했을 때 병원 한 번 제대로 가지 못해 고생하던 한국인 불법 체류자들의 모습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도 8년간 무료진료를 했던 최 박사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찾아온 외국인 근로자들이 건강보험이 없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성남시를 설득해 2002년 1월 무료진료센터를 개설했다.
이후 6,0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다녀갔다. 내과 성형외과 안과 정형외과 통증클리닉 등 11개과에 24명의 자원봉사 전문의와 70여명의 포천중문의대·간호대생이 참여하는 이 센터는 웬만한 병원을 능가하는 규모다. 수술비와 약품 등은 후원회원 120여명과 성남시, 롯데복지재단 등의 도움으로 충당한다.
최 박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돕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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