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3년 3월6일 주제페 베르디의 3막 오페라 '라트라비아타'가 베네치아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됐다. '라트라비아타'의 '라'는 이탈리아어 정관사고, '트라비아타'는 '타락한 여자' '길을 잘못 든 여자'라는 뜻이다. 작품 속에서 고급 매춘부 노릇을 하는 여주인공 비올레타 발레리를 가리키는 말이다.한국에서는 더러 이 오페라의 제목을 '춘희(椿姬)'로 번역하기도 했는데, 일본의 선례를 따른 것이다. 일본인들의 번역 '춘희'의 기원은 '라트라비아타'의 원작 소설인 아들 뒤마의 '동백꽃을 든 여자'(1848)다. '춘(椿)'은 본디 참죽나무를 가리키지만, 일본에서는 '진' 또는 '쓰바키'라고 읽히며 동백나무를 가리키기도 하는 모양이다. 옛 사람들이 머리에 발랐던 동백기름을 일본어로는 쓰바키아부라(椿油)라고 한다. 뒤마의 소설에서 여주인공 마르그리트 고티에는 한 달 중 25일은 흰 동백꽃을, 나머지 5일은 붉은 동백꽃을 들고 사교계에 나타나 귀부인 행세를 하며 남자를 유혹한다. 이 소설 이후 프랑스어에서 '동백꽃을 든 여자'는 매춘부를 돌려 표현하는 말이 되었다.
미모로 이름을 떨친 파리의 고급 창녀 마리 뒤프레시의 실제 삶에서 소재를 취했다는 '동백꽃을 든 여자'는 출간 즉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독서 시장의 호의적 반응에 고무된 뒤마는 이 소설을 5막 희곡으로 각색해 1852년 무대에 올렸다. 연극 역시 반응이 좋았는데, 그 즈음 애인 주제피나 스트레포니와 함께 파리에 머물고 있던 베르디는 이 연극을 보고 크게 감명 받았다.
그는 이 작품을 오페라로 만들기로 마음 먹고 즉시 프란체스코 피아베에게 대본을 의뢰한 뒤 작곡에 들어갔다. 피아베의 대본에서는 제목과 주인공들의 이름이 바뀌고 시대가 한 세기 앞당겨졌지만, 파리와 그 인근이라는 공간 배경과 극의 구조는 그대로 유지됐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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