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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사생활은 더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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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사생활은 더 재밌다

입력
2004.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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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고의 천재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이다. 우주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넓힌 머리 겔-만(75)은 리처드 파인만과 함께 그 뒤를 잇는 최고의 물리학자로 꼽힌다. 현대과학을 선도한 두 학자의 인생은 어느 소설보다 극적이다. 화려한 명성을 얻게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뒷편의 인생사를 조명하고 비평한 평전이 동시에 나왔다. '아인슈타인 평전'은 생애 전체를 대상으로 20년간 추적한 내용을 담았으며 '스트레인지 뷰티'(Strange Beauty)는 뭐든지 최연소 기록으로 일관된 겔만의 경이로운 삶을 파헤쳤다.

아인슈타인 평전/데니스 브라이언 지음·승영조 옮김 북폴리오 발행·3만2,000원

극과 극은 통해서 일까. 아인슈타인의 삶을 간략히 표현한다면 성공과 모순이다. 우주의 신비를 풀어낸 과학의 거인으로서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언행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가 하면, 질시와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아인슈타인 평전'은 그의 사후 50년 가까이 동안 나온 400여권의 책 가운데 어떤 것보다 그런 모습을 생생히 재현했다. 1987년 아인슈타인의 유언 집행인이자 친구인 오토 네이션의 사망을 계기로 관련기록에 대한 법적 제한조치가 풀린 후 그 동안 비밀에 붙여진 사생활에 관한 수만 장의 기록을 토대로 그의 삶을 집대성한 최초의 평전이라 할 만하다.

먼저 학교교육의 문제점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대목인 그의 어린시절 얘기를 들춰보자.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은 그를 지진아라고 확신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 노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외우는 건 항상 0점이었으며 질문을 하면 항상 우물우물 혼잣말을 되뇌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장차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이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의 집중력은 무서웠다. 카드로 집을 짓는 일은 다른 아이들이 4층 정도 쌓을 수 있었지만, 그는 14층까지 세우는가 하면 수학과 라틴어 성적은 뛰어났다. 가정생활은 어떠했을까. 그는 평생 여성들과의 만남을 즐겼으며, 그와 살았던 두 아내는 "남편으로 실격자"라고 증언했다. 또한 첫번째 결혼 전에 낳은 사생아가 있음을 오랫동안 숨겼고, 95년에는 63세의 체코 물리학자 루데크 자켈이 그의 아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낯선 아이들에게는 뜨거운 연민을 보인 인도주의자였으나, 정작 자신의 아들에게는 무관심했다.

그의 이론을 둘러싼 논쟁도 뜨거웠다. "상대성 이론은 인류사상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라는 찬사가 쏟아졌으나 "남의 아이디어를 도둑질한 사기꾼" "이해할 수 없는 이론을 적당히 포장한 사람"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의식한 듯 자신의 삶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내렸다. "정치는 순간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방정식은 영원을 위한 것이다." 위대한 천재의 뒤안길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그도 욕망을 지니고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하면서 두려움을 지닌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고, 그럴수록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그 동안의 영광이 조금 일그러지기는 하겠지만.

/최진환기자 choi@hk.co.kr

스트레인지 뷰티/ 조지 존슨 지음·고중숙 옮김 승산 발행·2만원

아인슈타인 이후 현대 물리학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격론과 투쟁, 고군분투가 있었는지 알고 싶다면 '스트레인지 뷰티'(Strange Beauty·'기묘한 아름다움'이라는 뜻)를 펴자. 아인슈타인 이후 물리학 혁명의 한 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물리학자 머리 겔만을 통해 20세기 물리학자들의 고뇌와 좌절과 영광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과학 담당 기자 조지 존슨은 1997년부터 2년간 겔만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해서 이 책을 썼다.

1929년 뉴욕에서 태어난 겔만은 흔히 '쿼크 박사'로 통한다. '쿼크'는 지구와 우주에서 발견되는 모든 물질을 구성하는 최후의 기본 입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겔만이 붙인 이름이다. 원자보다 작은 세계를 탐구하는 소립자 물리학이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혼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해결사로 등장한 것이 겔만의 쿼크 이론이다. 덕분에 뒤죽박죽 난장판 같던 소립자 세계가 가지런히 정돈되면서, 그 안에 숨겨진 '기묘하게 아름다운' 질서가 드러나게 되었다. 겔만은 소립자의 종류와 상호작용을 발견한 공로로 196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머리 겔만과 20세기 물리학의 혁명'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겔만의 생애와 업적뿐 아니라 동료나 선후배로서 그와 경쟁했던 쟁쟁한 물리학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새로운 이론이나 발견에 이르기까지 실험실과 연구실에서 벌어지는 어지러운 두뇌 게임, 이를 둘러싼 격론과 팽팽한 긴장, 드디어 답을 찾았다고 느낀 순간의 흥분, 허무하게도 그것이 틀렸음을 확인하는 순간의 무참함, 그런 좌절을 넘어 다시 전진해서 새로운 영토를 발견하고 깃발을 꽂을 때의 기쁨 등 20세기 물리학 영웅들의 모험과 인간적 면모를 중계방송하듯 시시콜콜 전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공대(칼텍)의 동료이자 최대 라이벌이었던 리처드 파인만과 얽힌 자잘한 일화는 흥미롭다. 성격과 기질이 영 딴판인 두 사람은 만나기만 하면 싸우면서도 끝없이 '우주의 꼬리를 비틀면서'토론을 거듭했다. 겔만의 전기로서, 이 책이 묘사하고 있는 겔만의 초상은 그가 발견한 쿼크 만큼이나 기묘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벌써 대학생 수준의 지식을 섭렵한 이 천재는 25세에 칼텍 정교수가 되었고, 남들이 기가 질릴 만큼 물리학 말고도 모르는 게 없었지만, 대인 관계에는 영 서툴러서 자기만 안다는 비난을 받았다. 겔만은 그런 스스로를 '잘못 작동하고 있는 계산기'나 '이리 저리 퉁겨 다니는 원자'로 비유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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