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향한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8·지바 롯데 마린즈)의 홈런정벌이 시작됐다.이승엽은 5일 일본 고베의 야후-BB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전에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장, 첫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4―0으로 앞선 2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승엽은 상대선발 우완 오구라 히사시(34)의 가운데 높은 초구 직구를 주저 없이 끌어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120m짜리 대형 솔로홈런을 작렬시켰다. 3경기 연속 안타이자 이승엽이 시범경기 4게임, 11번째 타석 만에 그려낸 첫 홈런아치다.
이승엽은 1회초에는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한 뒤 후속타자 안타 때 홈을 밟아 첫 득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3번째 타석에서는 전 타석 홈런을 의식, 어깨에 힘이 들어간 탓인지 볼카운트 2―3에서 헛스윙 삼진. 이로써 이승엽은 시범경기 4게임을 치르는 동안 11타수3안타(3타점1득점)를 기록하며 타율도 2할7푼3리로 끌어올렸다.
28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가진 개막전에서 침묵을 지켰던 이승엽은 29일 다이에전에서 첫 안타를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4일 한신전 첫 2루타와 타점에 이어 이날 홈런쇼까지 펼쳐보이는 등 열도정복을 향한 방망이가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이승엽이 기록한 3개의 안타가 좌완, 우완은 물론 슬라이더 커브 직구 등 구질과 코스에 관계없이 다양한 상황에서 터져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또 볼카운트 2―0, 2―3까지 끌려가면서 만들어낸 이전 안타와는 달리 이날 홈런은 초구부터 노리고 들어갔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초구부터 배트가 돌아갔다는 것은 '손맛'을 되찾은 이승엽이 상대 투수의 수를 읽고 타석에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이는 이승엽이 변화무쌍한 구질과 노련한 투구패턴을 자랑하는 일본 투수들과의 투타대결에서 자신감을 찾아가면서 일본 무대에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음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한편 1루수 자리를 놓고 이승엽과 치열한 주전경쟁을 벌이고 있는 후쿠우라 가즈야(29)도 1회초 2점 홈런을 포함, 2타수2안타3타점(2할3푼1리)의 맹타를 휘둘러 이승엽의 분전을 촉발했다.
롯데는 이승엽의 홈런 등 장단 15안타의 융단 폭격을 구대성이 소속돼 있는 오릭스 마운드에 퍼부어 12―2의 대승을 거뒀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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