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쪄”라고 자랑처럼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나는 물만 마셔도 살쪄”라는 사람도 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둘 다 거짓말쟁이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인간은 없다. 만약 있다면 환자다.갑상선 기능이 항진되었거나 토하면서 계속 먹어대는 폭식증 환자다. 또 물만 마셔도 살찐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물을 마시면 살이 찌는 것이 아니라 붓는 것이다. 살이 찐다는 것은 몸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이지 몸에 물이 차는 것이 아니다. 만약 물만 마셔도 살찌는 인간이 있다면 하마를 부모(?)로 둔 인간일 것이다.
비만의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는 많이 먹고 적게 활동해서 우리 몸에 지방이 축적되는 것으로 대부분의 비만환자가 여기에 속한다. 섭취된 음식물에서 뿜어나오는 열량이 활동시 소비되는 열량보다 많은 경우다.
둘째는 유전자. 1994년 미국 록펠러대 비만연구팀은 렙틴(Leptin)이라고 하는 비만 단백질을 발견했다. 랩틴은 지방세포가 분비하는 단백질로 식욕을 조절하는데 유전자의 결함이 있는 경우 랩틴의 분비가 약해서 살이 찐다.
셋째는 가족의 식사 패턴. 가끔 대중음식점에 가보면 가족 전체가 뚱뚱한 사람들은 엄청나게 먹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즉 식사에 대한 가풍(?)이 중요하다.
이밖에 피임약이나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약물, 갑상선질환, 당뇨, 뇌의 호르몬 조절기관의 이상, 스트레스, 운동부족이 모두 비만의 원인이다. 또 생후 한달 이전의 어린 아기를 너무 많이 먹이면 지방세포의 수와 크기가 커져 비만이 된다. 금연 후에도 몇주 동안 1~2kg이 증가하고 4~6개월이 지나면 2~3kg이 더 는다. 이는 흡연시 갑상선기능과 지방분해효소가 증가했다가 정상이 되면서 살이 찌는 것이므로 식사량 조절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다시 흡연을 하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비만의 원인을 몇 가지로 분류해봤는데, 사실 비만은 복합적이고 다각적인 원인에 의해 생긴다. 특히 선천적 요인보다 후천적, 환경적 요인이 더 크다. 살과의 전쟁! 해볼만한 전쟁이다.
/윤방부ㆍ연세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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