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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에 멍든 속 풀어드립니다"/"2004 인간시장" 장총찬役 김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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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에 멍든 속 풀어드립니다"/"2004 인간시장" 장총찬役 김상경

입력
200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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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을 제때 갚지 못한 채무자를 납치해 장기를 떼내는 악덕 사채조직 소굴에 한 사내가 뛰어든다. 악당은 '정의봉(正義棒)'이란 글자가 새겨진 곤봉 하나 달랑 들고, 폼을 잡는 이 사내가 같잖다는 듯 묻는다. "너 뭐 하는 놈이야?" "나, 장총찬이야!" 1980년대 김홍신씨의 베스트셀러 '인간시장'의 주인공 장총찬. 맨 주먹으로 악의 무리들을 혼내주던 '정의의 사나이'가 8일 첫 방송하는 SBS 월화드라마 '2004 인간시장'(극본 장영철, 연출 홍성창·손정현)에서 김상경(32)의 몸을 빌려 부활한다.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주가를 올린 김상경이 안방극장을 찾은 것은 MBC '홍국영' 이후 3년 만이다.

3일 시사회에서 맛본, 더벅머리 열혈청년의 맨 주먹 활약은 통쾌했다. 하지만 장총찬의 부활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요즘 현실이 원작소설이 나온 20여년 전이나, 박상원이 주연한 MBC의 동명드라마가 방송된 1987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기득권층이 여전히 못된 짓을 하고 있다는 뜻 아니겠어요. 도올 김용옥의 TV강의를 보면 '지랄들 한다'고 욕할 때 청중이 박수치며 좋아해요. 그만큼 열 받고 있다는 거죠." 김상경은 "특히 정치가 문제"라면서 극중에서 국회의원에게 "금배지 달고 시궁창에 있으니 당신도 별수 없군"하고 퍼붓는 대목에서 속이 후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상경표 장총찬'은 영웅이 아니다. 일부러 원작도, 전작 드라마도 보지 않았다는 그는 "확 끓어오르면 앞뒤 생각않고 달려들지만, 여자친구 앞에서는 쩔쩔매고 바보 같은 짓도 하는 보통 청년"이라고 소개한다. 김상경의 실제 성격은 어떨까. "덜렁거리지만 치밀한 구석도 있는 게 장총찬과 닮았지만, 싸움이 나면 나서기보다 도망가는 쪽이죠. 하하하."

'2004 인간시장'은 원작에서 뼈대만 빌려오고, 에피소드는 모두 새로 꾸몄다. 사이비 연예기획사, 사이비종교, 원조교제 등을 거쳐 '굿모닝시티' 사건에서 모티프를 딴 정치비자금 문제로 마무리된다. 또 장총찬의 여자친구 오다혜(박지윤)는 인터넷신문 기자로 바뀌었고, 악당의 배후인 김문산 의원(이정길)의 오른팔 유기하(김상중)와 미모의 로비스트 홍시연(김소연) 등 가공인물을 등장시켜 장총찬, 오다혜와의 얽히고 설킨 사랑 이야기도 담는다.

액션의 강도도 꽤 높다. "특전사 출신으로 YS, DJ 앞에서 기왓장도 10장씩 깨봤다"는 김상경은 '19세 이상 시청가' 등급을 받은 이 드라마의 리얼한 액션을 70%이상 소화했다. 첫 회에는 공중을 휙휙 나는 와이어 액션도 선보인다. 김상경은 영화 '생활의 발견' '살인의 추억'으로 배우로서 인정받고, 제법 인기도 얻었다. 하지만 여전히 '스타'란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게 좋아요. 그래야 오래 갈 수 있지 않을까 싶고." 그는 "모자 푹 눌러쓰고 집에서 청계천 도깨비시장까지 1시간 반 가량을 걸어가 사람, 물건 구경 하고 싸구려 국수 사먹는 게 취미인데, 알아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서 "돈은 똑같이 벌면서 자유롭게 사니 얼마나 좋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요즘 영화 '내 남자의 로맨스'를 함께 찍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빠 이런 별난 취미생활도 접었다. 대신 틈 나면 크로스컨트리 운동기계에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몸을 단련하고 있다.

'2004 인간시장'은 초반 3주간 MBC '대장금'과 맞붙어야 한다. 부담을 느낄 법도 한데, 그는 의외로 느긋했다. "'홍국영' 때는 '컬러 바'(화면조정시간)를 내보낼 때와 비슷한 최악의 시청률도 나왔어요. 그게 어디 연기자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요. 그저 열심히 즐겁게 연기해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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