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교통부 의정부 국도유지건설사무소 공사감독관 오모(44·7급)씨의 '뇌물 파티'는 2002년 초부터 시작됐다. 오씨가 준공검사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Y건설측으로부터 받은 첫 뇌물은 1,000만원. 이후 최근까지 오씨가 5개 건설업체에서 받아 챙긴 돈은 무려 3억원. 오씨는 국도 보수공사 업무와 관련해 막강한 권한을 쥔 공사감독관 지위를 맘껏 누렸다. 특히 오씨는 자신이 주선해 하도급 계약을 맺은 업체에게 먼저 돈을 요구, 여직원과 친인척 등 타인명의 계좌로 송금 받아 돈 세탁까지 하는 등 뇌물 만큼은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그에게 뇌물을 준 Y건설은 연간 1건도 건지기 힘든 하도급 공사를 2년 사이 무려 9건이나 따냈다.4일 의정부지검 형사5부(하홍식 부장검사)가 적발한 관급공사 뇌물 비리 사건은 지방 공사 현장을 중심으로 만연해 있는 공무원과 업자간 비리사슬 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건교부 현장 공무원들은 관급공사 관리 등을 미끼로 건설업자로부터 상습적으로 억대의 뇌물을 받아 챙기면서, 심지어 업무시간 등을 이용해 받은 뇌물로 매회 수천만원대의 도박판까지 벌였다.
함께 적발된 오씨의 직장 동료인 공사감독관 구모(38·7급)씨도 시공 업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달라"고 접근한 뒤 모두 1억1,400만원의 뇌물을 챙겼다. 또 최근 서울시에서 자리를 옮긴 장모(42·7급)씨는 1년 만에 연봉의 2배에 달하는 4,800만원을 받았다가 발각됐다. 오씨 등은 공사 설계, 하도급 결정, 준공검사 업무 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수시로 뇌물을 챙겼지만, 업무 특성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뇌물로 근무시간에 상습적으로 '도박 파티'를 벌이기까지 했다. 오씨 등은 모 시청 이모(40·7급)씨 등이 주도한 도박판에 건설업자, 지역 유지들과 함께 끼어 들어 매회 2,000만원∼3,000만원의 판돈을 건 포커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씨는 1년간 도박판에 4억원을 쏟아부었다.
검찰은 이날 오씨 등 공사감독관 3명과 이씨, Y건설 대표 정모(47)씨 등 6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및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A건설 대표 최모(42)씨 등 건설업자 14명을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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