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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한국화의 중흥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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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한국화의 중흥을 꿈꾸며

입력
200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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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도 유행이 있다.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추상미술이, 1970년대와 80년대에는 미니멀 아트와 팝 아트, 그리고 일본미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었다. 요즘 뉴욕에서는 사진이, 파리에서는 중국미술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 한국에서도 70년대에는 한국화, 요즘은 다양한 매체와 사진이 유행이다.사진과 같은 매체예술이 부상하는 것은 물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이다. 하지만 작가들이 고생스럽고 힘들게 노동해야 하고 비용도 많이 드는 아날로그적 회화나 조각보다는 컴퓨터나 비디오, 카메라와 같은 매체를 통한 디지털작업을 점점 더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컴퓨터로 원하는 이미지를 합성하고 편집해 1,700만 가지의 색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시대다. 그래서 뉴욕에 있는 오래된 미술재료 전문점인 '펄'에도 물감이 없을 정도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전통적 작업을 고집하고 사실적 묘사를 주로 하는 중국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져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의 현대미술은 그 정체성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한국 현대미술의 근원은 결국 한국화에 있지 않을까. 한국화만이 가진 독특한 붓의 맛, 재료의 번짐, 스며듦, 질감 등은 첨단매체로도 표현할 수 없는 미술의 어떤 한계이기도 하다. 한국의 전통과 정신, 풍류, 멋과 여유가 담겨있는 한국화는 서구화된 우리의 사고나 생활에 신선한 충격과 함께 새로운 멋을 준다. 향토적인 삶, 자연, 작가의 체험에서 나온 이미지들이 섬세하고 강렬한 붓 터치와 먹의 농담, 그리고 여백에 어우러진 한국화는 시대가 변하면서 더욱 그 진가를 발휘한다. 결국은 한국화야말로 우리의 참된 미술로 자리매김하리라 본다. 명화는 시대를 초월하며, 유행도 없이 영원하다.

박 규 형 아트파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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