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4일 중앙선관위가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 규정 위반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정치적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며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야당의 탄핵 주장 등에 대해서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정면 돌파 방침을 분명히 했다.청와대는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헌법기관 결정은 일단 존중하지만 납득하기는 어렵다'는 이중적인 입장을 정리했다. 선관위 결정을 무조건 무시할 수 없어 '존중'이란 표현을 썼지만 실제 분위기는 강한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노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지지 발언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병완 홍보수석이 "대통령이 앞으로 무슨 말을 할 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확답을 회피한 것은 선관위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청와대의 속내를 반영하고 있다. 청와대는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사 표시는 가능' 등의 선거법 조항을 들어 대통령의 언급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수석은 "관권선거 시대에 만들어진 선거법은 정비돼야 한다"며 "노 대통령이 권위주의 대통령이 누리던 특권들을 모두 버렸으므로 이 같은 시대 상황에 맞게 선거법 해석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위법 여부를 따지기 전에 법부터 바꿔야 한다는 '초강경' 논리를 편 것이다.
윤태영 대변인도 야당의 대통령 탄핵 주장에 대해 "도를 넘어선 다수당의 횡포"라며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요구에 대해서도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청와대의 강경 입장에는 탄핵정국으로 돌입하더라도 야당이 상처를 입지, 여권은 손해보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도 선관위 결정에 대해 "야당의 강압에 따른 것"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특히 야당의 탄핵 움직임에는 "정략적 야합" "정권 찬탈 기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정동영 의장은 이날 "선관위의 결정은 존중한다"고 일단 자락을 깔았다. 그는 그러나 "이번 결정은 선관위의 자율적인 판단이기 보다 야3당이 강제한 것"이라며 야당에 화살을 돌렸다. 정 의장은 민주당을 겨냥, "탄핵을 발의하는 순간 붕괴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 노선을 둘러싼 민주당내 중진·소장간 갈등이 탄핵 결정을 고비로 폭발할 것이라는 경고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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