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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대통령 총선지원" 法규정 정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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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대통령 총선지원" 法규정 정비를

입력
2004.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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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4월 총선에 대해 '중립 의무를 준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에 대해 사실상 경고한 것이다.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 기타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나 기타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은 공무원인가? 물론 나라의 녹을 먹고 있으니 대통령은 공무원이다. 그러나 그런 점에서는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은 공무원이니까 선거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공무원의 정의가 그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선출직 공무원들은 광범위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 '선출' 과정이 바로 정치 활동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보면 대통령은 임명직 공무원들과는 달리 정치 활동을 하며 또 해야 하는 공무원이다.

문제는 그가 국회의원 선거에 개입해도 되느냐는 것인데, 우리 나라의 선거법에 따르면 못하게 되어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해 대통령은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이번 선관위 유권해석의 요지다.

그러면서 선관위는 또 대통령의 발언이 "기자회견 석상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것임을 감안할 때" 사전 선거 운동은 아니라고 하였다.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런 결정은 양쪽에서 다 불평을 듣겠지만, 선관위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떻든, 위법으로 결론지어진 이상 대통령은 총선 관련 발언을 중단해야 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강력히 촉구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통령 탄핵까지도 추진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으름장이다. 글쎄, 이런 일을 가지고 탄핵 운운하는 것은 우습지만, 대통령이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하는 것이 옳다. 이 일을 가지고 또다른 정략 싸움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기 바란다.

여기서 두어 가지 문제가 남는다. 하나는 선거법 자체의 적합성과 명확성 여부다. 대통령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총선 관련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아무래도 석연찮다. 이는 선진민주국가에서는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대통령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과거의 유산인 것 같다.

"대통령은 정치적 활동이 허용된 공무원이라 하더라도 선거에서의 중립 의무를 가지는 공무원으로서"라는 선관위 발표문의 구절도 모호하고 궁색하다. 그러면 선거가 아닌 다른 정치활동에서는 파당적이어도 괜찮다는 말인가? 그러면 그렇게 법이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현실이니 대통령이 '법망을 피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나선 것이다.

또하나의 문제는 역시 대통령 자신에 관한 것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 발언도 그 표현이나 말투나 얼굴 표정 모두에서 대통령의 체통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부모에게 불평하는 고등학생 같은 표정과 말투였다. 대통령은 "열린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매우 논리적인 표현이다. 자기가 논리적임을 남에게 과시하고 싶어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나 그런 직설적인 표현은 성숙한 '지도자'여야 할 대통령으로서 매우 미숙한 표현이다. 노련한 말솜씨로 받아넘기면서도 특정 당 지지를 암시할 수 있는 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말이다.

이제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임기 동안 대통령 자신이 자초한 불필요한 정쟁이 얼마나 많았는지 반성해 보기를 바란다.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대통령이 되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김 영 명 한림대 사회과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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