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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질병관리 국제협력 체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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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질병관리 국제협력 체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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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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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충북 음성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한 이래 3개월 새에 닭 오리 메추리 꿩 칠면조 등 500만 마리의 조류가 도살됐다. 농민의 주름살이 깊어진 것은 말할 나위도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런 적극적인 대처의 결과로 우리나라는 조류독감의 위협에서 한숨 돌린 상태이다.조류독감의 최근 발병이 2월10일께였으니 이제 일주일 남짓 지나면 우리나라에서 조류독감은 극복됐다고 볼 수 있다. 대개 최근 발병일에서 30일이 넘어 새 발병이 없으면 유행이 끝난 것으로 보아야 하니까.

일본에서는 이 30일을 훌쩍 건너 뛰어 새롭게 터진 일이 있다고 하나 중국에서 그 난리를 친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도 막은 우리 질병관리본부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조류독감으로 인체감염자가 23명, 사망자가 15명에 달한 베트남에서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한국의 역학조사관을 파견하여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하니 한국의 질병 관리 능력은 WHO가 인정한 셈이다.

필자가 최근 한 달 동안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 자격으로 일한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에서 만난 미국 전문가들 역시 한국의 질병 관리 수준에 대한 기대를 표명하였다. 물론 필자도 우리나라가 질병 관리 수준이 높아졌고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을 갖고 있음을 그들에게 알렸다. CDC의 한 인사는 새로운 질병들이 동남아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그 해결에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축으로서 참여해야 할 것이 아니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하였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와 갓 출범한 우리의 질병통제본부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미 질병통제센터는 워싱턴 근교 이외의 지역에 본부가 있는 유일한 연방기관으로 근무하는 인원만 해도 9,000명이 넘는 거대한 기관이다. 몇 년 전 개봉한 '아웃브레이크(Outbreak)'라는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질병, 특히 전염병 대책은 치밀하고 기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질병통제센터는 사스, 조류독감, 원숭이천연두와 같은 질병이 발생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WHO와 당사국의 요청을 받아 즉각 역학조사관을 파견한다. 이들은 이념에 휘둘리는 설익은 사람이 아니라 사실을 중시하고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과 예방법을 전해 주는 전문가들이다.

질병통제센터는 역학조사관 파견 요청을 받은 후 24시간 이내에 파견한다. 질병의 예방과 치료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인지 질병통제센터에는 외국에 파견할 수 있는 훈련된 인력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 이는 안보 차원의 고려도 포함된 것이다.

우리의 질병관리본부도 이렇게 적극적인 국제협력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한국인 이종욱 박사가 WHO의 수장인 사무총장으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앞서 말한 대로 세계는 신종 전염병의 효과적 통제 분야에 한국의 역량을 주목하고 있다.

우리 질병관리본부 창립을 기념하는 국제회의를 통해 중국 일본 등 인근 국가의 관련 기관장들을 초대하고 공통 전염병에 대한 준비와 새로운 국가적 검역 표준 개발에 관한 '서울 선언'을 발표하기를 우리 정부에 제안한다.

이렇게 하여 우리가 아시아 질병 관리 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발전하는 것은 정부가 강조하는 동북아 중심 국가―단순히 경제적인 의미를 뛰어넘어―로 발전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질병관리본부의 기능을 좀 더 보강해야 하고 잘 운영해야 한다. 조금 있으면 총선의 계절인데 정치와 함께 조류독감 등이 문제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 명 세 연세대 교수·예방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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