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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맑고 한없이 뜨거운 "겨울 나그네"/英테너 이언 보스트리지 17일 첫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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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맑고 한없이 뜨거운 "겨울 나그네"/英테너 이언 보스트리지 17일 첫 내한공연

입력
200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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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온다. 성악 팬들이 목을 길게 빼고 기다려온 영국인 테너 이언 보스트리지(40)의 첫 한국공연이 17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드레이크의 반주로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전곡을 들려준다.'겨울 나그네'는 빌헬름 뮐러의 시에 부친 24곡의 노래집. 실연 당한 젊은이가 사랑의 괴로움을 안고 황량한 겨울풍경 속을 방랑하는 내용이다. 쓸쓸하기 이를 데 없는 고독감과 안타까운 갈망, 죽음의 유혹에 사로잡힌 젊은이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봄의 길목에 보스트리지가 들려줄 '겨울 나그네'는 충분히 기대해도 좋다. 슈베르트 가곡을 가장 잘 부르는 가수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그의 이름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도 1996년 하이페리온에서 나온 슈베르트 가곡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였다.

그의 노래는 선이 가늘면서 매우 곱고 깨끗하다. 기름기가 자르르 흐르거나 화려한 음색은 아니다. 대신 투명하고 깊다. 차갑게 맑고, 동시에 한없이 뜨겁다. 서정적이며 또한 지적이다. 정확한 발음과 섬세한 표현으로 노래말에 담긴 감정을 절절하게 토로한다.

창백한 얼굴에 휘청거릴듯 호리호리한 몸을 지닌 이 가수는 성악가로는 남보다 한참 늦은 29세 때 런던의 위그모어홀 공연으로 데뷔한 늦깎이. 그 전까지 케임브리지대과 옥스포드대에서 철학과 역사학을 전공하고, '1650∼1750년대 마녀사냥과 그 변형'이라는 논문으로 90년 박사학위를 받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의 논문은 옥스포드대 출판부가 책으로 펴냈다.

그의 레퍼토리는 슈베르트, 슈만, 볼프, 말러 등의 독일가곡 뿐 아니라 바흐부터 야나체크, 헨체, 브리튼의 현대음악까지 두루 걸쳐있다. 94년 에덴버러 페스티벌에서 브리튼의 오페라 '한여름밤의 꿈' 으로 오페라에도 데뷔했다. 퍼셀의 '디도와 아에네아스' 같은 바로크 오페라부터 브리튼의 현대 오페라까지 섭렵했다. 음반이 벌써 40장이 넘는다. 데뷔 3년 만인 96년 슈베르트 음반으로 그라모폰 솔로 보컬상에 이어 98년 슈만 음반으로 그라모폰 베스트 솔로 보컬상을 받았다.

이번 공연의 반주자 줄리어스 드레이크와 보스트리지는 찰떡 궁합을 자랑한다. 둘이 함께 녹음한 슈만과 슈베르트 가곡집, 영국 민요집, 헨체 작품집 음반으로 그라모폰 상과 에디슨 상을 받았다. 그는 보스트리지 뿐 아니라 바바라 보니, 마티아스 괴르네, 에디트 마티스 등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성악가들과 함께 연주해왔으며, 실내악 연주도 많이 하고 있다. (02)751―9606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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