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을 비롯한 정치개혁법 개정안이 당리 당략에 의해 불발됐다.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만 해도 국민적 공분을 살 일인데, 전북의 특정 선거구를 둘러싼 추한 야합소동으로 개혁법안 전체를 날려 버린 것이다. 엊그제 국회에서 자행된 심야의 충돌과 소동은 정치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절망스럽게 전하고 있다.사단은 민주당이 전북 무주 진안 장수의 선거구 획정에 대해 정치개혁특위 원안을 멋대로 뒤집은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이 안을 지지할 것을 쪽지로 돌리다 발각됐고, 이에 열린우리당이 물리적 저지를 한 것이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헌법기관이 개혁의 기본법안을 중인환시리에 이 따위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담한 심정이다.
당리 당략도 정도가 있다. 우리에 관한 법이니 우리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정치 해저드'는 끝 간 데가 없어 보인다. 그 이전에 정치개혁특위가 299명으로 늘린 의원정수 문제부터 담합과 정당이기는 극치를 보였다. 얼마 전 지역구 의석을 15석 증설할 때 열린우리당은 반대하는 척 야당에 기대는 쇼로 성과를 얻어내더니, 비례대표 10석을 증원한 특위 결정에선 정반대의 담합이 암묵적으로 성사됐다. "너희는 비판해라, 우리는 간다"는 여야 합작 정치파탄이다.
특위의 결정을 총무들끼리 간단하게 뒤집은 것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절차파괴다. 선거법을 무산시켜 이를 재심의하기 위한 임시국회가 불가피하게 열리면 비리의원들 수사를 저지할 방탄국회가 저절로 성립된다는 음모적 발상이 없었다고 하기가 어렵다. 이래서야 어디서 입법부의 권위가 통하겠는가. 국민 없는 국회는 냉정하게 버림받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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