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TV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에 발목 잡혔던 개정 방송법이 2일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신규 서비스의 법적 체계가 마련됐다. 그러나 관련업계간 이해대립 등 풀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개정된 방송법 주요 내용과 쟁점을 짚어본다.위성DMB 논란
개정 방송법의 핵심은 방송의 분류를 TV, 라디오, 데이터, 이동멀티미디어 등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신규 서비스의 도입 근거를 마련한 것.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예정대로 12일 위성을 발사, 연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재계는 위성DMB 사업이 향후 10년간 부가가치 6조원, 생산 9조원 및 연인원 18만5,000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일제히 환영했다. 그러나 방송계 일각에서는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수치"라면서 "이를 근거로 위성DMB 사업을 마치 국책사업인양 추진하는 것은 특정업체에 특혜를 주는 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전국언론노조는 "당면한 지상파 디지털TV의 전송방식 논란을 매듭짓지 않은 채 사업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SK측과 컨소시엄 구성조건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KT가 뒤늦게 독자사업을 추진, 연내 서비스가 가능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숨통 트인 케이블 업계
개정법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한 대기업과 외국인 지분소유 제한을 현행 33%에서 각각 100%, 49%로 높였다. 대신 SO를 비롯한 방송사업자의 소유제한 규정을 어긴 경우 방송위원회가 바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거대 SO를 중심으로 추진중인 외국자본 유치와 CJ, 현대 등 대기업의 SO 투자가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고 환영하고, "이로써 자금난 등으로 난관에 봉착했던 케이블TV의 디지털 전환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국산 만화 쿼터제
국내 애니메이션업계의 숙원사업이던 지상파 방송사업자의 국산 애니메이션 방영 쿼터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지상파 방송은 앞으로 전체 방송 프로그램 시간 중 일정 비율을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채워야 한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사들은 "케이블·위성TV의 애니메이션 채널이 성업중인 가운데 지상파에만 쿼터를 두는 것은 지나친 규제"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또 북한 애니메이션을 국산에 포함시킬 것인지에 대해서도 방송사는 찬성, 업계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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