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이버 상에서 '쌈장'이 유행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업계에서도 유망 분양 지역에서 '맞장' 대결을 벌이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특히 올들어 분양시장이 위축되고, 분양 원가 공개, 웰빙 아파트 선호 등의 변수가 부각되면서 분양 조건을 놓고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각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같은 분양 지역에서 같은 시기에 유사한 규모로 분양 경쟁을 벌이는 '맞장' 건설사들은 브랜드 홍보나 기업 인지도 향상을 위해 분양 조건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게 관례다. 분양가 인하를 비롯해 중도금 후불제 혜택, 친환경적 조경, 고급 빌트인 가전 제공 등 각종 옵션이 추가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교 우위에 있는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건설사 입장에서도 청약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고,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맞수 분양 경쟁'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택지지구 분양 업체들이 동시분양을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용인 죽전·동백지구, 부천 상동지구 분양 업체들이 동시분양을 통해 비교적 성공적인 분양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마케팅 기법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올해 분양 예정인 수도권의 유망 분양 격전지로는 서울 강남 역삼동의 개나리 아파트 개건축을 비롯해 남양주시 덕소, 고양 풍동, 충북 오창 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서 분양하는 물량이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서울 강남 역삼동에서는 개나리 아파트 1, 2차를 나눠서 재건축하는 현대산업개발(2차)과 삼성물산(1차)이 자존심 대결을 벌인다. 이 단지는 한 아파트를 나눠서 짓는 데다, 현대와 삼성이라는 주택업계의 맞수 대결까지 겹쳐 양사가 벌써부터 상대방의 서비스 시설 제공에 촉각을 기울이는 등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두산건설, 현대산업개발, 성원건설이 건설 및 분양 경쟁을 벌이게 될 경기 고양시 풍동지구의 대결도 이채롭다. 풍동지구는 일산 신도시 북동쪽에 위치한 택지지구로 최근 파주와 함께 부상하는 경기 북서부의 관심 지역이다. 이들 3개사는 나란히 38∼58평형대까지 중대형 아파트를 공급하는 데 벌써부터 눈치경쟁을 하고 있다.
중부권 최대의 자족 신산업 도시로 꾸며지는 충북 청원군 오창지구에서도 한판 맞수 대결이 펼쳐진다. 이곳에선 쌍용건설(622가구), 우림건설(1,120가구), 중앙건설(1,338가구), 한라건설(1,529가구), 한국토지신탁(648가구)이 18일 일제히 모델하우스를 열고 27일부터 청약 접수를 받는다. 이들 업체들은 합동 분양 광고를 신문에 게재하면서도 각 사 나름대로 차별화 전략에 골몰하는 등 '따로 또 같이' 전략을 세우고 있다.
경기 화성 동탄지구 시범단지에서 5월 분양 예정인 금강종건과 한화건설, 현대산업개발, 4월 남양주시 덕소에서 분양 예정인 동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맞대결도 관심을 끌 전망이다.
내집마련정보사 함영진 팀장은 "최근 건설업체들이 자사 브랜드 마케팅에 사활을 걸면서 아파트 비교가 쉬운 맞수 분양의 경우에는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가급적이면 맞수 경쟁이 붙은 단지를 선택하면 대출조건이나 부대시설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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