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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연예가중계" 스타 리포터 정은영/"누가 리포터를 액세서리라고 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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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연예가중계" 스타 리포터 정은영/"누가 리포터를 액세서리라고 했나요"

입력
200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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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순발력 만점, 여러분의 궁금증 해결사 리포터 정은영입니다. 리포터라고 하면 방송에 나와 남이 쓴 원고를 앵무새처럼 읊조리기나 하고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방송용 액세서리' 취급 하실 텐데요. 하지만 요즘 리포터들 중에도 톡톡 튀는 개성, 남부럽지 않은 전문성으로 승부하는 리포터들이 많다고 합니다. 정말 반가운 일인데요. 과연 리포터들이 어떻게 프로그램을 제작에 참여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는지 알아봐야 겠죠?"2002년 12월 '촛불 시위'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해 눈길을 끌었던 리포터 정은영(30)은 아주 특별한 리포터다. 생활정보 프로그램 MBC '아주 특별한 아침'과 KBS 2TV '연예가중계'에 고정 출연하고 있는 그는 아나운서 뺨치는 정확한 발음과 순발력으로 사랑을 받으며 '스타 리포터'라는 생소한 조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가 진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이유는 따로 있다. '리포터는 아나운서나 MC가 될 실력은 부족하고 방송에 얼굴을 비추고는 싶은 젊은 여성들이 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이다. 그는 발로 뛰며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해 시청자 눈높이와 입맛에 맞게 전하는 '시사 리포터' 1호다.

"처음 리포터 하겠다고 할 때 부모님은 말할 것도 없이 친구들도 하나같이 '미쳤다'면서 말렸어요. 그 때가 성신여대(윤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울산 MBC 아나운서로 일할 때였으니까요." 1998년 아나운서로 입사해 울산 MBC의 9시 뉴스데스크 여성 앵커로, 라디오 MC로 순탄한 길을 걷던 그가 엉뚱한 발상을 한 건 나름의 계산에서다. "아나운서 해보니까 편하긴 한데. 남들이 취재해오는 걸 그냥 앉아서 전달만하려니 뭔가 부족하고 아쉬웠죠. 그러다 결국 MBC에서 전문 MC·리포터를 모집한다기에 덜컥 응모했어요."

비싼 대가를 지불한 그는 2000년 5월 아침 정보 프로그램에서 날씨를 전달하는 일로 리포터로서 첫 발을 뗐다. 그 뒤 대중 없이 이것 저것 주어지는 데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일을 배웠다. "이젠 그런 일 겪고 또 겪어서 신경 안 쓰지만 첨엔 사람들이 아나운서 할 때보다 낮게 보고 대우도 안 해주는 것 같아서 자존심 많이 상했죠."

고생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취재 현장을 따라 전국 각지를 누비려면 몸이 고달프다. 방송국 스튜디오에 한 번 나가기 위해서는 2∼3일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할 때가 많다. "배타고 바다 나가서 고기 잡고 산꼭대기 올라가서 직접 나물까지 캐야 하더군요. 추운 날 물속에 들어갈 때도 있으니 말해 뭐해요. 근데 그렇게 힘들 게 찍어 놓고서도 2∼3초 잠깐 얼굴 비추거나 그마저도 아예 안 나오면 진짜 속상해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리포터라 하면 부러워 하는 게 딱 하나 있다. "음식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요? 말도 마세요. 사람들은 다들 그거 찍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알고 보면 그렇지도 않아요. 예를 들어 조개 요리라고 치죠. 일단 그걸 직접 뻘에서 캐서 아주머니들이 요리하는 거 옆에서 거들다 음식 조리 끝나면 촬영하고 다 식은 뒤에야 한 입 먹는데, 맛 없어도 맛 있게 먹어야 하거든요."

이제, 풋내기 리포터 시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잘 나가는 그지만 하루 일과 예나 지금이나 바쁘기 만하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매일 오전 8시에 방송되는 생방송 MBC '아주 특별한 아침'에 나가려면 적어도 새벽 5시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회의를 마치면 그는 곧바로 취재에 나선다. 그가 맡고 있는 '아주 특별한 브리핑'은 하루에 3개의 뉴스성 정보를 전하는 코너. 매일 3개의 아이템을 취재하다 보면 밤 늦게까지 촬영이 계속된다. 주말에는 '연예가 중계' 출연과 취재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꿈이 있기에 멈추지 않는다. "아나운서 하다 리포터 할 수는 있어도 리포터 하다 아나운서 할 수는 없는 게 우리 방송계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걸 꼭 깨보고 싶어요." 그 다짐처럼 정은영이 '리포터 출신 시사 정보 프로그램 MC'라는 깃발을 꽂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리포터에 관한 Q&A

리포터 지망생을 상대로 한 학원이 성업 중이고 스타 리포터가 속속 탄생하고 있다. 리포터는 TV로 가는 쉬운 길? 리포터에 관련된 오해 혹은 진실.

Q: 리포터는 과연 어는 정도 돈을 벌 수 있을까?

A: 다른 방송 관련 직업과 마찬가지로 천차만별이다. 아나운서와 달리 100%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때문에 고정 수입은 없다. 보통 회당 10만∼20만원이 기본이고, 얼굴이 알려지면 60만∼70만원, 정상급이 되면 100만원 이상을 받기도 한다.

Q: 리포터가 하는 일에도 난이도가 있나.

A: 있다. 음식 소개 프로그램이나 해외 여행 정보 소개는 '초짜' 리포터가 처음 맡게 되는 일이다. 리포터가 일반 기자와 마찬가지로 취재 과정에 직접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경험이 필요한 분야다.

Q: 리포터가 되는 길은?

A: 각 방송사나 방송 제작사 마다 비정기적으로 리포터를 모집한다. 리포터는 카메라테스트와 면접, 서류 전형을 통해 선발된다. 방송사 공채라도 아나운서처럼 전속으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고, 소속사 프로그램 출연 시에도 우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방송사 공채 대신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어 리포터로 활동할 수도 있다.

Q: 리포터는 어느 정도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나.

A: 처음엔 작가가 쓴 대본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지만 점차 리포터의 생각이 많이 반영된다. 그때그때 상황 변화가 많기 때문에 리포터의 애드립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대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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