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높은 청년실업률, 낮은 생산성 등 한국의 노동 문제 취약성은 고용시장이 과도하게 보호 받는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으로 극도로 양분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IMF는 이어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려면 이같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깨야 한다"며 1997년 노사간의 대타협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 스페인 모델을 대안으로 권고했다.3일 재정경제부와 노사정위원회에 따르면 IMF는 한국 정부와의 연례 정책 협의를 거친 뒤 지난달 말 내놓은 '한국 경제의 주요 현안' 보고서에서 대기업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높은 임금과 고용보장 혜택을 누리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 노동자간의 괴리가 갈수록 심화,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비정규직 비율(32.6%)이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IMF는 또 한국 기업은 인건비가 싸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만 채용하고 있으며, 노동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5.6년에 불과해 일본(11.3년), 유럽연합(9.8년), 미국(7.4년)에 훨씬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IMF는 보고서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한 대졸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과 기술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IMF에 따르면 스페인 모델은 정규직에 대한 퇴직금을 3분의 2 수준으로 낮추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한 기업의 세부담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스페인은 97년 노사간의 타협으로 퇴직금을 대폭 줄이고 18∼29세 청년실업자와 45세 이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에는 2년간 사회보장 부담을 40∼60% 가량 완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스페인은 이를 통해 97년부터 2000년까지 생긴 150만개의 일자리 중 76%가 정규직에서 창출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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