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신학기만 되면 불법 시비가 끊이지 않던 학교발전기금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자 교육계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학부모와 교원단체는 "대도시 학교는 거액의 기금을 모으지만 지방 학교는 기금조성 실적이 전혀 없어 교육 불균형을 심화하는 요인이 돼 왔다"며 환영하고 있으나, 서울 강남 등 부자동네 학교들은 "공공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려면 기금 모금을 허용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교육부는 불법적인 모금·집행과 학부모의 과잉부담으로 논란을 빚어온 학교발전기금을 개선하기 위해 학부모, 교원단체, 시·도 교육청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이달 중 개선안을 마련, 이르면 9월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교육부는 발전기금을 없애고 개인의 순수 기부금만 학교회계를 통해 걷는 방안 발전기금 중 비중이 가장 큰 교육시설 개선(40%)과 교육용 기자재 확충(23%) 명목은 금지하고 학교체육·학예활동(16%) 및 학생복지(21%)를 위한 모금만 허용하는 방안 현행 제도 유지 등 3개안을 제시했다. 교육부는 현행 유지보다는 제도 폐지나 개선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학부모들은 제도 개선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부패방지위원회가 지난해 7월 학부모 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학교의 강요를 못 이기거나 자녀의 불이익을 염려해 기금을 낸 비율이 46.1%나 될 정도로 큰 부담을 느껴온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부방위 관계자는 "강당 체육관 등 학교시설 확충에 거액이 필요하다 보니 학교가 가정통신문 전화통보 가정방문 등을 통해 학부모에게 모금액을 강제 할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교직원의 회식비나 선물비 등으로 전용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의 반응은 다소 엇갈린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또 서울 시내에서도 강북과 강남의 발전기금 조성금액이 많게는 10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부방위가 조사한 2002년 학교발전기금 조성현황을 보면 서울과 경기는 각각 334억원과 195억원을 모금한 반면, 전북과 전남은 각각 9억1,200만원, 13억3,100만원에 그쳤다.
농어촌과 중소도시 학교 등 전체의 38%는 모금실적이 전무했다. 이 때문에 교육여건이 열악하고 기금 조성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온 지방 학교들은 긍정적이지만, 학교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발전기금에 의존해 온 대도시 학교들은 사태 추이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교감은 "생활수준이 높아지다 보니 에어컨 정수기 설치 등 갈수록 경비 부담이 늘고 있다"며 "교육청 지원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일정 부분을 학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여건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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