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사비나미술관에서 개막한 권여현 국민대 교수의 작품전 '미술사의 동서고금을 가로지르다'는 흥미롭다. 작가는 전시 제목처럼 서양미술사와 한국미술사의 고금의 명작들, 우리에게 낯익은 명화의 주인공들을 현대의 인물로 바꿔 패러디하고 있다.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리고 고야의 '1803.5.3'의 주인공들이 작가의 제자인 남녀 학생들의 얼굴로 대체됐다.
앵그르의 '터키의 욕탕'에는 벌거벗은 젊은이들이 누워있다. 신윤복의 그림 '단오풍정'에서 윗도리를 드러낸 채 머리 감는 여인들의 모습은 남학생들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명화 속으로 들어가서 스스로가 모델이 된 그림을 그려놓고는 그 그림으로부터 다시 걸어 나오는 스토리의 동영상도 상영되고, 변기를 그대로 내놓은 뒤샹의 '샘'과 신라 반가사유상,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의 개념을 한데 섞은 설치 작업 '나는생각한다, 고로 나는 너의 머리 속에 존재한다'도 내놨다.
작가의 패러디는 이미 거기 존재하는 그림을 '본다'는 의미와 그것을 다시 '그린다'는 행위의 간극을 좁혀준다.
한국과 서양, 역사와 현대, 원본과 복제본을 '짬뽕'처럼 뒤섞어놓은 작업은 미술이 미술사라는 내부의 맥락에 갇혀있을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4월 7일까지. (02)736―4371
/하종오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