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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빚 덜어주자는 취지는 좋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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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빚 덜어주자는 취지는 좋으나

입력
200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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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빚에 시달려 온 봉급생활자나 자영업자들에게 회생의 기회를 주기 위한 '개인채무자 회생법'은 취지는 좋지만 실천 가능성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갖게 한다. 의원입법으로 마련돼 그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 법안은 사회문제가 된 개인신용불량 사태 해결의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 같은 기대가 실현되려면 보다 엄격한 기준과 구체적 실천방안이 필요하다.9월부터 발효될 이 법에 따르면 담보채무는 10억원 이하, 무담보채무는 5억원 이하 등 최대 15억원 범위 내에서 채무자가 8년간 능력껏 성실히 갚으면 남은 빚을 면제받을 수 있다. '능력껏' 갚았는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게 돼 있는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개인회생 신청자격을 장래에 지속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로 한정하고 법원이 변제계획서를 심사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인력과 전문성에 한계가 있는 법원이 1개월 안에 채무 변제계획서를 제대로 점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면책받았을 경우 이를 취소하고 재산을 숨겼을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두는 등 악용 방지장치가 있지만 역시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다. 빚을 다 갚지 않아도 된다면 꼬박꼬박 빚을 갚는 사람은 바보취급을 당하고 채무 불이행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 법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독일이나 홍콩 등 이 제도를 시행한 나라에서 오히려 파산자가 늘어났다는 것은 이 제도의 역기능과 부작용이 적지 않음을 입증해 준다. 구체적 기준과 시행방안은 대법원 규칙으로 정한다고 하니 역기능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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