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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에 작은 희망 됐으면…" 美암학회 "젊은 과학자賞" 5년 연속수상 천경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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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에 작은 희망 됐으면…" 美암학회 "젊은 과학자賞" 5년 연속수상 천경수씨

입력
200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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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기피 등의 열악한 국내 상황을 딛고 또 한명의 젊은 과학자가 희망을 쏘아 올렸다.서울대 약대에서 지난달 박사학위를 받은 천경수(34·사진)씨가 미국 암학회(AACR) 연례 학술대회에서 '젊은 과학자상(Scholar-in-Training Award)'을 5년 연속으로 수상하게 됐다. 이 상은 2만 여명의 전 세계 암 학자들이 매년 발표하는 9,000여 편의 논문 중 35세 이하의 젊은 과학자에게만 수여되는 것으로, 5년 연속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경우는 94년 학회 역사상 천씨가 처음이다.

천씨는 박사과정 1년차였던 2000년 이 상을 첫 수상한 이래 올해까지 상금만 총 1만 달러(매년 2,000달러)를 받게 됐다.

27일부터 닷새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미국 암학회 시상식 겸 연례 학술대회에서 천씨는 '생체 내 나이트릭옥사이드(NO)의 피부암 유발 메커니즘'에 대한 동물실험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천씨가 5년 연속 수상이란 대기록을 세우게 된 데는 주변의 도움이 컸다.

천씨는 "지도 교수인 서영준 교수가 자신의 연구비와 자비를 아껴 제자들에게 매년 한두 차례 해외학회를 경험할 기회를 주었다"며 "그 덕에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세계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씨가 박사과정 5년간 매달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공식연구비는 월 60만원. 인천 연수구 자택에서 학교까지 승용차로 통학하는 그에게 기름값 정도의 보조비였다.

그는 "약대 동기로 같은 대학원에 진학했던 아내가 학업을 그만두고 생계에 나서지 않았다면 연구를 계속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아이를 봐주신 부모님과 자신을 희생하며 뒷바라지 해준 아내에 비해 자신은 이기적인 '둔재'에 불과하다"고 겸손해 했다.

그는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고심 끝에 미국국립환경보건원(NIEH)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외국보다 많은 논문을 발표하고 뛰어난 연구실적을 낼 수 있지만 연구원의 길을 계속 가기에는 환경이 너무 척박합니다."

천씨는 "이공계 우수인재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시급하다"며 "이공계 장학금 등 생색내기 제도보다 석·박사 연구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대 약대 생화학연구실에서는 천 박사 외에도 선임연구원인 나혜경(36) 박사가 2년째, 김은희(27)·김도희(24)씨가 각각 처음으로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해 한 연구실에서 모두 4명이 상을 타게 된다.

천씨의 지도교수 서영준 교수는 "박사과정 5년 동안 천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연구에 몰두한 지독한 '연구벌레'였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따라준 연구실 내 23명 연구원 모두에게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황재락기자 find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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