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들은 강릉 시내의 어느 부잣집 얘기다."그 집에는 설탕을 아주 포대째로 갖다 놓고 먹는다더라."
내년이면 중학교를 가는데도 나는 아직 설탕 포대를 본적이 없었다. 작은 봉지에 든 설탕만 봤지 설탕이 커다란 포대로도 나온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그때까지 내가 알고 있던 포대는 시멘트 포대와 비료 포대뿐이었다. 어쩌다 여름날 수박화채를 만들어 먹을 때에도 설탕이 너무 비싸서 우리집은 사카린으로 만든 당원을 썼다. 어릴 때 떡으로 꿀은 찍어먹고 자랐어도 설탕은 마음껏 찍어먹어 본 적이 없다.
몇몇 설탕 생산국을 제외하곤 세계 각국의 1인당 국민소득과 1인당 설탕 소비량이 딱딱 맞아떨어진다는 얘기를 들은 건 중학교 2학년 지리시간 때였다. 그 나라가 얼마큼 잘 사느냐를 설탕 소비량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지금으로부터 꼭 삼십 몇 년 전의 일이었다.
쌀과 연탄 다음으로 귀한 생필품이어서 물가가 오를 때 그 주요품목 안에 늘 설탕이 있었다. 그런 설탕이 언제부턴가 물가지수 품목에서조차 빠져버렸다고 했다. 그럼 뭐가 들어갔는데? 하고 묻자 예전에 설탕공장에 다니던 친구는 이렇게 대답했다. "백세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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