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50) 전 아이티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협박에 의해 납치된 뒤 추방됐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존 케리, 존 에드워즈 등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도 미국의 아이티 사태 개입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비판, 이 문제가 자칫 대선 쟁점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아리스티드는 1일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나는 미국 주도의 쿠데타로 쫓겨났다"며 "미군들은 29일 새벽 총을 겨눈 채 나와 가족들을 공항으로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군들이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당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죽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면서 "비행기에서 20여 시간 동안 행선지를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사직서는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하원의 맥신 워터스(캘리포니아) 의원 등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범죄집단 같은 반군들의 수도 활보를 방치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워터스 의원은 당일 아침 아리스티드의 부인이 전화를 걸어와 "미 대사관의 최고위급 인사가 나타나 협박했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워터스 의원은 이번 사태의 배후로 국무부 중남미 책임자 로저 노리에가 부장관을 지목했다. 민주당은 의회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런 주장을 강력 부인했다.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아리스티드는 민주적으로 정부를 이끌지 못했다"며 "납치 운운은 전혀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전문가와 언론들은 그러나 "납치가 사실이면 이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무력 제압하던 19세기 포함외교(gunboat diplomacy)의 전형"이라며 "대통령 탄핵이 거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반군 세력은 1일 수도 포르토프랭스에 입성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