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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프로야구, 이젠 "벤치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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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돈]프로야구, 이젠 "벤치승부"다

입력
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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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프로야구는 이승엽의 빈 자리가 커 보인다. 국내 스포츠사상 처음으로 억대 야구공을 탄생시키고 외야석 잠자리채 부대라는 진풍경을 만든 그가 빠져나간 프로야구는 볼거리 하나를 잃었다. 스토브리그를 뜨겁게 달구었던 FA선수들의 활약이 관심거리지만 그만한 위력적인 타자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또 이승엽의 일본진출로 국내 야구팬과 언론의 관심은 메이저리그에 이어 일본프로야구로 분산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올 프로야구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벤치 게임'으로 전개될 것인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지난 겨울 프로야구에서는 3개 구단이 새 감독을 영입하는 물갈이가 있었다. 그 결과 40년대생은 김응룡 감독 혼자 남았고 6명이 40대로 바뀌었다. 또 한일은행 출신의 김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프로선수 출신이다. 노 감독 대 젊은 감독, 아마추어 출신 대 프로 출신의 벤치 승부다. 승부처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감독이 새내기 감독을 어떻게 요리할지, 또 프로선수 경험이 벤치의 작전구사 능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주목할 만하다.

감독 물갈이는 일부 팀 간에 묘한 라이벌 관계도 만들었다. 영원한 라이벌인 서울 두 구단은 고려대 출신의 김경문 감독(두산)과 연세대 출신의 이순철 감독(LG)을 영입해 명문사학 간의 대리전도 겸하게 만들고 있다. 또 김경문 감독과 조범현 감독(SK)은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 OB베어스의 주전포수 자리를 놓고 경쟁관계에 있었던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이 팀간의 벤치 싸움에는 한치의 양보도 없을 게 분명하다.

또 감독자리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과 없는 감독의 승부도 관전포인트다. 지난 시즌까지는 우승을 경험한 감독이 4명이었는데 2명이 물러나 지금은 김응룡, 김재박 두 감독뿐이다. 만약 이들 감독간의 시리즈가 아니라면 다른 감독들이 경험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지 궁금해진다.

또 우승감독은 내야수(1루수, 유격수) 출신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3명의 포수출신과 투수, 외야, 내야 출신 각 1명을 포함한 나머지 6명 중 한국시리즈 문턱이라도 밟아 본 감독은 1명(조범현)뿐이다.

여기에 지난 시즌 6, 7, 8위(LG, 두산, 롯데)를 기록했던 약체 팀을 신임 감독이 나란히 맡으면서 팬을 위한 야구를 표방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이들은 선수시절 감독 목숨은 '파리 목숨'이라는 사실을 익히 보아왔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펼쳐질 '서바이벌 게임'과 '팬을 위한 야구' 사이에서 과연 어떤 색깔을 보여줄지도 관심거리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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