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지하철 속에서 축구 한·일전 시간을 놓칠까 답답해 하지 않아도 된다. 또 달리는 차 안에서 잘 안 나오는 TV를 보다 결정적인 골 장면을 놓쳤다고 안타까워 할 필요도 없다.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 본 궤도에 오르면 휴대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선명한 화질의 위성 방송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동영상 카메라폰으로 찍은 자신의 응원 모습을 전국민의 눈앞에 펼쳐보일 수도 있다. 정치권의 정쟁에 휘말려 법안폐기의 위기에 몰렸던 방송법 개정안이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차세대 디지털 이동방송으로 기대를 모아온 위성DMB가 연내 상용화할 전망이다.일본과 한국이 세계 최초 서비스를 놓고 경쟁 중인 가운데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3년 전부터 위성DMB를 준비해 왔으며 최근에는 KT도 뛰어들었다. 일본은 현재 도쿄(東京) 시내에서 담배갑 2배 크기의 단말기를 이용해 TV·오디오 채널 10여 개의 시험 방송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위성DMB는 휴대폰과 차량용 단말기에 수신 장치를 내장해 TV 11개 채널과 라디오 25개, 데이터 통신 3개 채널을 이동 수신할 수 있게 꾸며졌다.
위성DMB는 본격적인 디지털 통신·방송 융합시대의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첨단 정보기술(IT)의 상징인 휴대폰에서 방송과 통신이 만난다는 사실은, 과거 TV수상기와 전화기 사이의 이질감 만큼이나 동떨어져 있던 방송과 통신이 같은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
이르면 하반기에 출시될 위성DMB 휴대폰은 3세대 이동통신(WCDMA)의 지연으로 침체된 이동통신 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통신의 쌍(雙)방향성과 방송의 대량 정보전달 기능이 만나면 맞춤형 방송서비스가 탄생한다. 문자메시지가 예약해놓은 방송 시간을 알려주고, 예약 녹화도 가능해진다. 휴대폰 업체들은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제품 경쟁력이 향상되고 일본과 중국 등 위성DMB 서비스 국가에서 시장을 확대해 갈 수 있다.
위성DMB는 고품질의 이동 방송이라는 점에서 통신과 방송업계가 대립하고 있는 디지털TV(DTV) 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위성DMB는 이동수신에 특히 강해 방송사들이 미국식 DTV 반대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이동수신 불가의 문제점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고화질(HD) 디지털 방송시장과 이동 방송시장을 분리시켜 양쪽 시장이 기술적 충돌 없이 빠르게 발전해 나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위성DMB의 효과와 사업적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SK텔레콤은 2010년까지 가입자 800만명, 연간 2조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TU미디어 배준동 상무는 "위성DMB는 향후 10년간 9조원의 생산유발과 18만명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국민경제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 위성DMB
인공위성으로 고품질의 영상과 음성을 중계하는 디지털 방송. 이동 중에도 화면이 깨끗하고 난시청 지역이 없으며, 초소형 수신장치를 탑재한 휴대폰과 차량용 길안내장치 등을 통해 방송을 볼 수 있어 차세대 이동 방송으로 각광 받고 있다. 일본 도시바(東芝)와 SK텔레콤이 공동 투자한 세계 최초의 DMB용 방송 위성이 12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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