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여택수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의 '당선 축하금' 수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측으로의 불법 대선자금 유입 의혹이 한꺼번에 불거지면서 정리 국면으로 접어들던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요동치고 있다.대선후 대통령 측근들의 금품수수 사건만 해도 안희정, 최도술씨에 이어 이번이 벌써 세번째다. 검찰 관계자는 "여씨를 통해 이권을 청탁하려는 알선수재성 자금 또는 단순 정치자금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주변 업자들로부터 각종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안씨나 최씨의 경우와 비슷한 성격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 정도의 대기업이 독자적인 영향력을 갖췄다고 보기 힘든 여씨에게 무엇을 바라고 돈을 줬는지는 의문이다.
여씨는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수행비서 역할을 해 왔다. 정권 실세인 안희정씨나 이광재씨를 제쳐두고 여씨에게 돈을 줬다면 대통령과의 '물리적' 근접성이 고려 요소가 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야당은 "노 대통령은 몰랐느냐"고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돈의 액수가 애매하다. 일개 행정관에게 건네기엔 큰 돈이고 노 대통령을 보고 준 '당선 축하금' 치곤 적은 규모다. 이에 따라 건네진 당선 축하금의 진짜 '몸통'은 따로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다.
한편 불법자금 유입 의혹에 대해 이 전 총재측은 2일 "삼성이 한나라당에 제공한 채권 170억원 중 수십억원이 이 전 총재 가족 주변에 유입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크게 반발했다. 서정우 변호사가 삼성 채권을 현금화해 당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현금을 당에 보내는 대신 채권을 할인한 수표 중 일부를 보관하다 대선후 이 전 총재측에 생활비로 줬다는 것이다. 이 전 총재측은 "서 변호사는 재산이 많은 사람이고, 이 전 총재 집안일까지 챙겨왔기 때문에 생활비를 주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며 "따라서 이 돈은 서 변호사 개인이 제공한 돈이며 불법 대선자금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검찰도 보도내용과 관련, "전혀 확인된 사실이 아니며 현재로선 이 전 총재를 조사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상규명을 위해 이 전 총재의 소환조사가 필요하지만 노무현 대통령과의 형평성 논란, 총선정국에 미칠 영향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전 총재 소환이 실현된다 해도 총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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