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 국기원 등의 공금 3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운용(73·사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의 측근이 김씨 명의로 한국 검찰을 비하하는 내용의 편지를 각국 IOC위원들에게 보내 국가적 망신을 산 사실이 2일 밝혀졌다.검찰이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한때 김씨의 법률자문역을 맡았던 미국인 변호사 W씨는 "한국 검찰이 김 부위원장을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체포했으며, 한국에는 보석 절차도 없다" "검찰이 의사를 협박해 진료 기록을 변경했으며, 영장 없이 은행 대여금고를 급습하고 김 부위원장의 아파트에 무단 난입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각국 IOC 위원들에게 보냈다.
김씨는 이날 검찰이 "W씨가 우리나라가 미개국인 것처럼 묘사해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킨 사실을 아느냐"고 추궁하자 "구치소에 있어 난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W씨는 불가리아에서 체포된 김씨의 아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판에서 김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궤변을 늘어놓아 빈축을 샀다. 김씨는 검찰이 공금을 개인 여행 비용, 생일 파티 비용 등으로 사용한 부분을 추궁하자 "내 활동 가운데 태권도, 스포츠 활동과 관련 없는 게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김씨는 또 "왜 국기원 공금을 IOC위원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미국에서 방한한 IOC위원에게 옷 값 정도도 안 주느냐"고 반문한 뒤 "국가이익을 위해 로비를 한 것까지 말하면 국가적 스캔들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런 활동을 한 탓에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김씨는 세계태권도연맹 간부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 검찰이 "부하 직원에게서도 후원금을 받느냐"고 신문하자 "스포츠가 원래 돈 있고 시간 있는 사람이 모여서 하는 거다. 스포츠 단체에는 잘 사는 사람이 많다"며 '돈 많은 부하로부터 후원금 받은게 잘못이냐'는 취지로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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