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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포인트]<1> 영남=한, 호남=민 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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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포인트]<1> 영남=한, 호남=민 깨질까

입력
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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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총선은 한 정당이 특정 권역의 의석을 석권하는 지역구도가 깨지는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각 정당 관계자와 선거전문가들은 1981년 11대 총선 이래 지속돼온 '영남=한나라당' '호남=민주당'과 같은 등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이 같은 분석의 논거는 두 가지다. 첫째는 지역주의의 구심점이던 김대중 김영삼 두 김씨의 퇴장으로 영호남의 결속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다. 사실 이들 지역의 절대적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는 이제 더 이상 없다. 16대 총선 당시 'DJ의 반사체'이자 야권의 유일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던 이회창씨와 같은 정치인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역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숭실대 강원택 교수는 "대선자금 쇼크로 지리멸렬한 한나라당과 분당 후 새 좌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난맥상이 영호남 기존 지지층의 이탈을 부를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는 투표성향의 변화다. 고려대 이내영 교수는 "지난번 대선에서 처음 나타난 세대별, 이념별 분화현상이 지역주의를 깨는 강력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6대 대선 당일 미디어리서치가 4만명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산·경남에서 20대의 42%와 30대의 40.3%가, 대구·경북에서 20대의 31.6%와 30대의 28.4%가 각각 노무현 후보를 찍었다.

이와 함께 시대적 화두가 돼 버린 정치개혁에 대한 영호남 유권자들의 심적 부담이 인물 중심투표 또는 정치신인 선호경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역주의 완화는 호남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DJ 없는 민주당'의 현저한 득표력 저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원택 교수는 "현재로선 DJ가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지역의 상징인 DJ가 빠져나간 민주당의 남은 정체성이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게 큰 약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제압을 위한 호남 유권자의 '전략적 투표', 즉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후보 중 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는 행태가 현실화할 경우 열린우리당의 호남 잠식은 예상보다 큰 폭이 될 수도 있다.

영남권은 지역주의 외에 '보수'라는 비교적 뚜렷한 이념이 덧씌워져 있어 진보색채가 짙은 열린우리당의 침투가 호남 보다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역으로 한나라당이 내분을 재빨리 수습, '신보수' 정당으로서 면모를 일신한다면 어느 정도 수성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혼란이 계속된다면 노 대통령 출신지인 부산에선 열린우리당이 반사이득을 볼 여지가 크다는 관측이다. 대구·경북의 경우는 한나라당 이탈 표가 반노(反盧) 성향의 무소속 후보쪽으로 흡수될 것으로 보는 이가 적지 않다.

이내영 교수는 "이번 총선은 투표양태의 질적 변화가 일어나는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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