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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5주년 공연 준비 패티킴/석양이 물들듯 "노래를 남기고 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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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45주년 공연 준비 패티킴/석양이 물들듯 "노래를 남기고 떠나리"

입력
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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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각또각' 구두소리가 점차 선명해지더니 패티 김(64)이 들어섰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한 그녀는 푸른 빛 정장에 스카프를 멋스럽게 두르고 있었다. 옆에서 누가 "선생님 머리 모양이 약간…."이라고 하자 황급히 거울을 바라보며 약간 삐쳐 나온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그는 아직도 이렇게 완벽주의자이다."노래를 그만 하신다구요?" 인터뷰 전 기획사 직원이 일러주기를 그녀가 "데뷔 50년이 되는 해 노래를 그만하리라" 선언했다고 한다. 12∼14일(오후7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데뷔 45주년 기념공연을 코 앞에 둔 터라 놀랄 수 밖에.

"하하" 일단 그녀는 큰 웃음으로 반응했다. "50년쯤 했으면 그만해야 하지 않겠어요? 더 하고 싶은 욕심이 나겠지만, 화려할 때 사라지고 싶어요. 외모나 목소리가 예전같지 않다고 생각되면 그 전에라도 바로 스톱입니다. 1분도 생각하지 않아요."

그녀가 언제까지나 노래했으면 하는 바람은 무리일 수도 있다. 데뷔 후 45년째 현역가수로 활동하는 것도 그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저는 지금 이렇게 떳떳하게 공연을 하는 내 모습으로도 충분히 흐뭇한 걸요."

패티 김은 공연을 앞두고 준비가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45주년 공연을 앞 두고는 말해 무엇하랴.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한 자신이 운영하는 한남동의 피트니스 클럽 '아마렌스'에서 매일 1,000m씩 수영을 하고 남산 길을 걷는다. 저녁은 되도록 조금 먹는다. "식사시간을 빼서라도 꼭 운동해야 한다"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45년 동안 노래를 해온 비결이다.

조금도 빛이 바래지 않은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자 그녀는 "내가 미모는 아니지"라며 손사래를 친다. "못난 얼굴은 아니지만 '미모'라고 말할 수 있나. 하지만 개성은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만의 개성이라 할 수 있는 당당한 매력은 젊은시절 체득한 것이다. "1963년 3월에 미국으로 건너 갔어요. 흑인, 백인이 화장실도 따로 썼을 정도인데 동양사람은 말도 못하게 무시당했어요. 기죽지 않으려 허리를 더 세우고 가슴도 펴고 당당하게 행동했어요. 그 때 몸에 밴 것 같아요."

그 당당함은 때로 오해를 부르기도 한다. 많은 이들은 그녀가 아직 미국에 살면서 공연 때만 한국을 찾는다고 생각한다. 89년 아예 한국으로 옮겨온 그녀는 "그 흔한 집 공개 한 번 안 했으니 오해할 만 하다"고 한다.

여전한 카리스마로 수 천명의 관중을 단번에 휘어잡는 그녀지만 집에서는 "요리솜씨가 시원찮아 고민인 평범한 엄마"라고 털어 놓는다. "물 끓이고 떡 넣고 계란만 풀면 떡국이 되는 줄 알았지 뭐에요?"

그녀는 "사위에게 내 손으로 한 끼 식사를 차려주고 싶어 열심히 요리를 배우고 있는 중"이라 했다. UN 난민고등판무관실에서 근무하는 큰 딸 정아씨는 지난해 함께 UN에서 일하는 영국 출신 동료와 결혼했다. 둘째 딸 카밀라는 지난 해 가수로 데뷔해 요즘은 뮤지컬 '페임'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스타는 대중과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하늘의 별 같이…. 스타가 옆집 아줌마 같으면 어떻게 해요"라는 패티 김.

사람들은 그녀의 화려한 모습만 기억한다. 하지만 그 화려함을 위해 매일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야말로 무대 위에서의 모습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공연문의 (02)783―0114.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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