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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왜 우리땅 넘보나요"/ 가전분야 中企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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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왜 우리땅 넘보나요"/ 가전분야 中企들 속앓이

입력
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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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운 대기업들이 잇따라 중소기업 전문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로 진출하면서 해당 중소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웰빙'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가전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해당 업체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국내 최초로 20단계 필터시스템을 적용한 공기청정기 클레나(Klena)를 출시하고 공기청정기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고급제품으로 시장을 공략, 내년에 국내 시장의 40%를 차지하면서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르겠다는 전략이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공기청정기 시장에 뛰어들어 막강한 유통망과 온라인 판매 등을 통해 시장 장악에 나섰다.

공기청정기는 청풍이나 웅진코웨이 등과 같은 중소업체들이 선발주자였으나 '웰빙'이나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 등의 여파로 수요가 급증하자 대기업마저 뛰어든 것이다.

대기업의 중소·중견기업 사업영역 침범의 대표적 사례는 김치냉장고. 위니아 만도가 원조격으로 시장을 개척해놓았지만 뒤늦게 삼성과 LG 등 대기업이 뛰어들어 위니아 만도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다. MP3 분야에서 '아이리버'로 잘 알려진 레인콤 등 중소기업의 위세에 눌려 있던 삼성전자가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 세계 1위를 목표로 세웠다. 이밖에 '비데'나 '정수기', '렌트카', '중고폐차업' 등도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사업분야를 침범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대기업의 영역 침범은 시장을 확대시킨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가격 인하 공세를 펴 중소기업을 고사 시킨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삼성과 LG는 지난해 홈쇼핑 등을 통해 끼워팔기 품목으로 김치냉장고를 제공, 시장을 공략했다. 또 LG전자는 올해 공기청정기 시장 진출과 함께 고객 3,000명을 체험단으로 뽑아 가격의 25%를 깎아준다고 나섰다.

해당 업종의 중소기업들은 한결같이 "대기업의 가격을 앞세운 판매전략은 사실상 덤핑 행위로 선발 주자인 중소기업을 죽이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위니아 만도 관계자도 "지난해 대기업들의 끼워팔기로 무척 고전했다"며 "사활을 걸고 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에 몰두해온 선발 업체를 죽이는 것은 자본력을 앞세운 대기업의 횡포"라고 비판했다. 공기청정기 제조업체 A사 관계자도 "사업 특성상 중소기업이 더 강한 품목이 있는데 대기업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면 마구잡이로 침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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