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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각기자의 미국 교육현장을 찾아서]교사평가에 의욕 상실 교단 떠나는 교사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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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각기자의 미국 교육현장을 찾아서]교사평가에 의욕 상실 교단 떠나는 교사 늘어

입력
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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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리치몬드 공립 K초등학교 한인 교사 정모(45·여)씨는 20여년을 몸담았던 교단을 등질 생각이다. 주 교육당국이 올 하반기부터 경력 교사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등 사실상 '교사 평가' 방침을 세우자 교직 자체에 심한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정씨는 "저임금에 고된 근무여건을 참은 대가가 고작 '교사평가'라는 데 의욕을 잃었다"고 힘없이 말했다.버지니아주 등 상당수 주가 시행을 추진하고 있는 교사평가의 기반은 부시 정부의 교육개혁법안인 '뒤쳐지는 학생은 없다'(NCLB;No Child Left Behind)이다.

이들 주는 "낙오학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질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버지니아주 교육당국은 최근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서 "대학에서 물리를 전공하지 않은 교사가 물리를 가르치는 사례가 전체 고교의 절반이 넘는데 어떻게 정상적인 학교 교육이 가능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사평가의 골격은 올해부터 2006년 말까지 3년 이상 경력 교사들을 대상으로 '높은 수준의 자격요건'을 인위적으로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요건에는 정교사 자격증 취득 가르치는 과목의 대학 학점 취득 재교육 프로그램 이수 등이 포함된다. 특히 경력 교사의 과목과 대학 전공이 틀릴 경우 별도의 시험을 치러 '옥석'을 가리겠다는 주도 있을 정도다.

이들 주는 자격요건이 구비된 교사들에 한해 보수 인상 등 별도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으로 알려져, 이래저래 교사 사이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교사 자격 강화 계획에 대해 교원 단체들의 반응은 매우 부정적이다. "학생들의 학업성취 부분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공급자인 교사들의 실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최대 규모의 교원노조인 전국교육협회(NES)는 논평에서 "학생들의 학업 능력 향상과 검증 받은 교사 배치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없다"며 "월급부터 대폭 올리는 게 순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의 교사지위는 임금 수준과 사회적 신분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직종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보수의 경우 주와 카운티, 경력, 공·사립 여부 등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공립학교 2∼3년차 교사가 월 2,000∼3,000 달러 가량 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전국교육협회측은 "교사 월급은 같은 경력의 일반 기업체와 주 정부 공무원 임금의 80%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이 늘고, 대학생들의 교사직 기피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M초등학교의 한 교사는 "교재와 과제물 복사 등 수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혼자 준비해야 하고, 갈수록 늘고있는 학생들의 지도 시간도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교사들의 탈출'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교사 경력 4년도 안 된 '젊은 우수 교사'들이 높은 수업강도와 열악한 근무여건, 낮은 보수를 견디지 못해 속속 학교를 떠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교육계에서는 학생수 증가와 학교신설 등으로 향후 10년간 최소 200만명 정도의 교사들이 더 필요하지만, 교사 처우 개선이 선행되지 않는 한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워싱턴에서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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